전체메뉴
빚더미 지자체 ‘욕먹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최 지 호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
2016년 06월 20일(월) 00:00
나랏빚 615조 원, 지방자치단체 빚 34조 원, 가계부채는 1200조 원(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88.4%). 빚에 허덕이는 우울한 우리의 모습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와 지역의 부끄러운 통계들이다. 우리는 ‘빚 공화국’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46% 수준으로 전체에서 절반이 넘는 125개 지자체(18개 시·68개 군·39개 자치구)가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방공기업의 부채 72조 원을 포함하면 지자체 부채는 100조 원이 넘어간다. 채무와 부채의 개념 차이가 있지만 그것이 현재 시점의 빚이든 미래에 지급해야 할 비용까지 포함하든 누군가는 갚아야 하는 것이며, 바로 우리와 우리 미래세대의 몫이다.

시흥시, 오산시, 이천시, 고양시, 부천시, 화천군, 고령군 옥천군, 영광군…. 지자체의 ‘빚더미 탈출기’가 보도되고 있다. ‘빚더미 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국가 재정 운영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채무 제로’를 선언하고 있다. 특히 경남도가 광역자치단체로서는 최초로 ‘채무 0(제로)’를 선언하면서 지자체 재정 운용에 대한 관심과 의견이 뜨겁다.

경남도 경우 지속적인 행정·재정·예산개혁(무분별한 선심성 사업 폐지·보조사업 재정점검·보지누수 차단·낭비성 예산 구조조정·체납 및 탈루 은닉세원 발굴·비율적인 기금 폐지 등)을 통해 도 재산 한 평도 팔지 않고 1조3500억 원에 이르던 채무를 0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부러움과 놀라움의 시선 속에 시큰둥한 반응도 있다. 공공의료기관 폐업, 양성평등기금과 같은 사회기금 폐지, 시·군 조정교부금 미지급 등 예산을 써야 할 곳에 쓰지 않은 ‘채무제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이달 말부터 이른바 지자체 파산제라 할 수 있는 ‘긴급재정관리제도’가 시행된다고 한다. 중앙정부가 지자체 사업을 조정하고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재정 자치권을 박탈하는 제도이다. 채무 비율이 40%를 넘어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된 뒤 3년간 개선되지 않거나 인건비를 30일 이상 주지 못한 지자체가 대상이 된다.

그러다 보니 일부 지자체는 부채 감축을 위해 자산 매각과 같은 손쉬운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있다. 손쉬운 알짜배기 자산 매각은 장기적으로 재정 손실이 더 많을 수 있다. 또 지자체가 부채 감축을 위한 세입 확충 방안으로 흔히 꺼내드는 것이 지방세 인상이다. 몇몇 광역 지자체는 작년에 주민세(개인 균등분)를 4500∼4800원에서 현행법상 상한금액인 1만 원으로 일제히 올렸다.

물론 주민세를 인상하면 ‘세입 증대를 위한 자체 노력’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연간 수십억 원의 보통교부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로선 외면하기 아까운 카드일 수 있다. 이 외에도 상하수도 요금 인상이나 전임자 사업의 축소·폐지도 있을 수 있다.

지방세 인상과 자산 매각으로 채무를 줄이면 재정지표가 좋아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단체장의 치적 사업을 과감하게 중단하고 행사성 경비를 대폭 줄이는 등 실효적인 재정건전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지자체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건 지자체장의 재선을 염두에 둔 선심 행정, 무리한 사업 추진과도 무관하지 않다.

공약 사업 등으로 빚더미에 오른 후 부채 절감에 매달려 정작 필요한 사업은 뒷전으로 밀리는 악순환이 우리 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을 우리가 막아야 한다. 결국 피해는 주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빚이지만 미래에는 자산이 되는 좋은 채무도 있다. 악성 채무와 좋은 채무를 구분하지 않고 빚 갚기 열풍 속에 지자체의 미래를 도외시한 또 하나의 업적 쌓기는 분명 경계되어야 하지만 미래의 채무를 나 몰라라 방치한 채 이루어지는 선심성 사업이 가장 경계할 대상이다.

우리 속담에 “천 냥 지나 천한 냥 지나 먹고나 보자”라는 말이 있다. 이왕 크게 빚을 진 형편이니, 뒷일이야 어찌 되든 먹고 보자는 말이다. 먹을 때는 좋을지 모르나 결국 빚을 떠안게 될 젊은 미래세대만 죽어나는 것이다. 현재의 나와 우리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내 뒷사람과 우리의 후대를 배려해 주는 것이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 태도일 것이다.

공공성을 해치면서 재정 지출을 무조건 줄이는 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수치상 채무 제로 달성에만 치중하는 또 하나의 전시행정이라 비판받을 수도 있지만, 미래 세대에 채무를 부담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욕먹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민에게 실익이 돌아가는 내실 있는 채무 제로화를 통해 미래세대에게 빚이 아닌 희망을 물려주는 우리 지역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