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지만 있는 그곳’ 꿈을 향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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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지만 있는 그곳’ 꿈을 향해 …
김 창 균
광주광역시교육청 장학사
2015년 04월 15일(수) 00:00
바삐 광주로 돌아오는 길이라 가까이할 수 없다는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4월 초, 시제 다녀오던 길에서 바라보던 벚꽃은 눈이 시리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그리고 그 벚꽃이 졌다. 아쉬운 마음에 지나간 봄의 끝자락이라도 붙잡고자 지난 주 너릿재 옛길을 밤중에나마 안사람과 함께 들렀다. 도시의 강렬한 불빛에 반사되는 화사함은 아니지만, 고즈넉한 어둠길을 밝히는 벚꽃은 그것만으로도 나름의 멋이 있었다.

인근 커피숍에 들르는 호사도 누리고, 어둠 속에서 듬성듬성 드러나는 별빛 아래 산책도 나름 인상적이었다. 도심의 반복되는 기계적 삶에 묻히다 보니 별을 언제 보았는지 기억조차 아련하지만, 별을 바라보던 시절을 잊지 않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루카치가 고백했듯이,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을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황홀했을까’를 상상해 본다. 너무도 아름답고 시적인 영감으로 가득한 이 말에 담긴 심오한 의미는 차치하더라도, 어두운 하늘에 빛나는 별이 아름답다는 기억이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할 것이다. 기억이 있는 한 언젠가는 그 별을 가까이서 볼 수 있기를 소망할 수 있기에.

지난 9일 광주시교육청 대회의실에서는 ‘4·16 이후 시민교육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념 토론회가 있었다. 발제자로 나선 전남대 박구용 교수의 발표를 들으며 오래전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최근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바라보며 나는 별자리를 생각한다. 암울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깜깜한 사회, 거기에서 갖가지 이름의 별들이 서로 연결되더니 별자리를 만들어 낸다. 까만 밤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별자리, 나는 거기에서 미래의 희망을 본다. 자유로운 개인들의 자발적인 결사체, 그것은 별자리를 닮았다.’ -진중권, ‘시칠리아의 암소’

이질성을 함의(含意)하는 시민사회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개인 의지(별)들의 창발적 연대(별자리 형성)가 필요함을, 그리고 다양한 별자리 속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확인하고 조금씩 나아가야 함을 생각해 본다. 그러니 ‘없지만 있는 그곳’을 향한 꿈을 일깨우는 것이야말로 4·16 이후 절망의 벽을 허무는 소중한 단초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학교의 실천적 과제는 무엇일까. 박 교수는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시간과 공간을 자율적으로 구성하고 조율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공부하는 교사들이 넘쳐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비록 현행의 평가와 인정 체계가 대부분의 교사들을 한쪽 방향으로 몰아가는 문제가 있지만, 교사들은 하나의 나침반으로 한 곳을 향해서 질주하면서 학생들에게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협력하며 공생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교사들에게 수업권과 평가권을 환원해야겠지만, 우선 스스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교사의 삶을 중요한 기준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학교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때를 맞추어 시교육청에서는 ‘300수업 나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자발적 참여와 협력 기반의 교사 학습 공동체 속에서 교사의 배움과 성장이 발현될 수 있는 수업 문화 형성을 위한 노력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생이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는 교육, 교사가 가르침의 주체가 아니라 배움의 주체가 되는 교육’이다. 교사의 자발성과 집단 지성을 통해, 배움을 더하고 감동을 나누는 성장 스토리를 공유하는 것이다.

낙화와 신록이 혼재한 계절, ‘4월은 갈아엎는 달’이라 했던 신동엽이 떠오른다. 자발성에 기반을 둔 ‘300수업 나눔’ 운동이 교원의 자기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학생들에게 시간과 공간을 되돌려주는 여건을 수업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소중한 마중물의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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