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캄보디아로 갔나] 실종자 대부분 청년 실업자…좌절과 상실의 ‘청춘 묵시록’
  전체메뉴
[그들은 왜 캄보디아로 갔나] 실종자 대부분 청년 실업자…좌절과 상실의 ‘청춘 묵시록’
취업난·자영업 실패로 빚에 허덕
여수 30대 창업 참여했다가 폐업
광주 30대 미취업에 경제난 겪어
광주·전남 청년고용률 최저 수준
생계 막막 속 고수익 유혹 넘어가
2025년 10월 16일(목) 20:15
광주·전남에서 캄보디아로 출국한 청년들이 실종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취업난과 자영업 실패, 부채 부담 등을 겪다 ‘고수익 해외 일자리’에 현혹돼 캄보디아행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여수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4일 태국을 거쳐 캄보디아로 향한 A(38)씨는 청년 창업 지원 사업에 참여했다가 폐업해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농산물 가공 및 납품, 빵 판매 등 사업을 했다가 3년여만에 폐업했으며, 실업자가 돼 적지 않은 빚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최근 실종됐다가 지난 15일 가족과도 영상통화를 해 안전여부를 확인했으며, 현재 캄보디아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지난 1월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실종된 광산구 출신 30대 B씨도 자영업을 해 보려다 폐업해 상당 기간 취업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광주시 서구에 살던 30대 C씨도 식당 일을 하다 그만두고 취업하지 못해 가족에게 수차례 10~20만원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는 등 경제난을 겪다 캄보디아로 출국,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추적 중인 캄보디아 실종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모두 20~30대 청년층이자 실직자 또는 무직자로 사업 실패나 취업난 등을 겪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광주·전남의 청년층 취업률은 하향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광주 청년층 고용률은 2020년 39.6%, 2021년 37.3%, 2022년 38.8%, 2023년 38.9%, 2024년 38.1%로 하락했다. 전남의 경우 2020년 37.9%, 2021년 37.2%, 2022년 40.1%, 2023년 39.4%, 2024년 41.2%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전국 평균(46.1%)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광주·전남 지역 내 정규직, 대기업으로 대표되는 1차 노동시장과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으로 대표되는 2차 노동시장 사이 격차가 크고, 고소득 일자리가 부족하고 고용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취업을 포기하고 사업에 뛰어든 청년들도 광주·전남에서는 좀처럼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폐업 사업자 수는 개인과 법인을 포함해 총 100만 8282명으로, 전년(98만 6487명) 대비 2만 1795명 늘었다. 같은 기간 광주와 전남 폐업 사업자 수는 각각 2만 6062명, 2만 9542명으로 총 5만5604명을 기록했다.

국세청 자료상 지난 2014~2023년 사이 광주의 폐업률은 11.8%로, 인천(12.1%)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폐업률이 높은 지역으로 꼽혔다.

청년들의 빚도 적지 않다.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39세 이하 가구는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29.8%,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32.2%로 다른 나이대에 비해 가장 빚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고수익 알바에 현혹되는 이들은 대다수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이다. 더구나 오랫동안 취업이 안 되면 ‘한탕주의’처럼 고수익 유혹에 더 빠져들기 쉽게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