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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별법의 돌파구를 제안한다
임 명 재
약사
2014년 09월 03일(수) 00:00
지금도 생생하다. 4월 16일. 3백 명이 넘는 남녀 고등학생들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배가 뒤집혀졌다. 그 안의 지옥을 상상하며 몸서리치기를 하루 종일, 몇 날 며칠. 그 아이들 생각에 눈시울 붉어지기를 몇 번이었던가. 같은 나이의 딸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자꾸 내 아이가 그 안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더 더욱 힘든 나날을 보냈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 어스름해지는 게 이치일 터인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는 아이들의 억울함도, 부모들의 찢어지는 고통에 대해서도 아무런 해답도 위로도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와 여당은 ‘많은 국민이 세월호 문제는 유병언의 죽음으로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판단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 그리고 보수신문들은 세월호 책임의 정점에는 유병언이 있고 그를 단죄함으로써 논란의 종지부를 찍으려고 했으나, 그가 많은 의문을 남긴 채 주검으로 발견됨으로써 혼란에 빠졌다는 것이다. 죽어 마땅할 유병언이 실제 변사체로 발견되었으니, 그 다음으로 누군가가 책임져야할 대상이 지목당하게 생긴 것이다. 자칫 그 대상이 박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30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여당이기에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박대통령을 보호하며 세월호 사건을 사건이 아닌 역사로 남기려고 하는 것이다.

둘째, 야당성을 상실한 야당이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월호 사건은 정말 엄청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국가를 운영하는 시스템의 형편없음이 드러나고, 관련된 공무원의 부패와 무능과 무책임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온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사건이기에 당연히 야당은 주도권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했었다. 그러나 야당에게는 전략이 없었다.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평범한 정치가들이 우왕좌왕하면서 자기 얼굴이나 알리려는 목적으로 대처한 것에 책임이 크다. 과거 청문회처럼 실체를 밝히려는 최소한의 한두 명의 열정적인 정치인이 있었다면 국민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 것이고, 정부와 여당은 지금처럼 막무가내식의 태도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야당은 국정감사나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려는 목적을 상실하고 있다. 그 목적이 오직 실체를 밝히는 데 있어야 함에도, 마치 정치적인 절차를 밟아가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실체를 밝히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제시하고 그것이 아니라면 일체의 타협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셋째, 국민이 희생자의 부모와 가족들에게 조금 더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지지하지 않거나 무관심하더라도 비난하지 말고 기다려 주어야한다. 경기가 나쁜 것이 결코 세월호 때문만은 아니다. 갈수록 포화되어가는 시장과, 소외된 사회적 약자에게 지원되어야 할 국가예산이 4대강에 엉뚱하게 사용된 것 때문이지 결코 세월호의 책임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유족들과 국민의 외침은 간단하다. 명확한 진상을 파악하고 차후에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월호특별법에 조사와 기소권을 부여하여야 하고, 중립적이고 의지가 있는 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활동에 대한 백서를 작성하고 향후 대한민국의 모든 행정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조사와 기소에 대한 대상자를 국한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가 그처럼 운영되는데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과 그 장으로 제한해야 한다. 대통령이 사건의 전후에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는 실체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은 몇 년 후 임기 종료와 함께 사라지지만 잘못된 시스템은 거의 영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내용으로 재협상하기를 촉구한다. 정부와 여당은 이 사건으로 정치적인 책임까지 질 수 있다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고, 야당은 다시 한 번 실체를 파악하는 노력을 통해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유족들은 자녀와 가족의 억울한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살아남은 친구와 이웃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에 밑거름이 됐다는 점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도 세월호 특별법의 완성을 통해 더욱 안전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