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양말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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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 양말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5년 10월 23일(목) 00:20
광고회사 이노션은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외출 시 패션 선택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했다.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80%가 넘는 응답자가 양말을 꼽았다. 의류나 신발 등은 형태나 촉감으로 대충 짐작할 수 있지만 양말은 가늠이 어렵다는 것이다. 색상 구별이 어려우니 검은색 양말을 여러 켤레 사놓고 신는다는 답도 있었다.

6개월간 인터뷰를 진행한 이노션은 ‘점자양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빨강, 파랑 등 일곱가지 색상의 양말을 제작하고 바닥에는 점자를 넣었다. ‘피크닉 나들이에는 활기찬 녹색 양말을 포인트로’라는 의미의 ‘활기충전 그린’ 등 색상과 좌우 방향 정보를 점자로 표기했다.

꼬부라진 빨대는 조카 사랑에서 탄생했다. 1937년 어린 조카 주디스가 곧은 빨대로 밀크셰이크를 마시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삼촌 조셉 프리드만이 치실과 나사로 꼬부라진 빨대를 만든 게 시작이다. 이후 이 빨대는 병원 침대에 누운 환자들이 사용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누구나 사용하는 빨대가 됐다. 언제부턴가 둥근 손잡이 대신 주류가 된 ‘L자형’ 문 손잡이는 손이 젖었거나 물건을 많이 들고 있는 상황 등에서 좀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바우하우스의 발터 그로피우스가 디자인 했다.

‘너라는 세계’를 주제로 열리고 있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11월 2일까지)에서 만난 ‘포용 디자인’의 여러 사례는 일상 속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최근에 나온 책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 )’ 역시 익숙하게 받아들여온 ‘기준점(Standard)’을 다시 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양손으로 신발끈을 묶는 건 당연한 일로 여기지만 뇌성마비 환자 매튜 왈저에게는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2012년 그는 나이키에 신체능력과 관계 없이 누구나 신을 수 있는 신발을 만들어 달라는 편지를 보냈고 나이키는 ‘플라이이즈’ 모델을 출시한다. 또 아티스트 수 오스틴은 휠체어를 타고 바닷속을 탐험하는 영상 ‘Creating the Spectacle’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차별 없는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작은 발걸음이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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