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내려온다’ 히트시킨 그들, 시리렁 시리렁~ 광주 온다
ACC 개관 10주년 기념 23~25일 예술극장 1극장 ‘제비노정기’ 초연
이날치·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판소리 ‘흥보가’ 박타령 모티브
음악·춤·무대기술 결합 새 무대
이날치·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판소리 ‘흥보가’ 박타령 모티브
음악·춤·무대기술 결합 새 무대
![]() ACC 개관 10주년 기념 공연 ‘제비노정기: 시리렁 시리렁’이 오는 23~25일 펼쳐진다. 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공연 모습. |
“그 화초장(花草匠) 안에 뭐 들었느냐?” “은금보화가 들었습니요.” “ 그것 날도라. 말 나온 김에 이 화초장 내가 짊어지고 갈란다.”
“화초, 화초, 화초. 화초장 하나를 얻었다. 얻었네 얻었네 화초장 하나를 얻었다.”
익숙한 장단이 낯설게 다가온다. 때로는 판소리 같고, 때로는 힙합이나 디스코 같은 리듬이 무대를 채운다. 정돈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한바탕 난장.
이날치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또 한 번 전통의 틀을 흔들며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전당장 김상욱)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23일부터 25일까지 예술극장 극장1에서 기념 공연 ‘제비노정기: 시리렁 시리렁’을 선보인다.
국경을 넘어선 흥과 에너지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연출가 양정웅, 이날치의 장영규 음악감독,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김보람 안무가가 다시 뭉쳤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18년 ACC 음악극 ‘드라곤킹’에 삽입된 ‘범 내려온다’는 이후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지며 큰 화제를 모았다.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사운드와 역동적인 안무가 어우러져 누적 조회수 5300만여회를 기록했고, 한국 전통예술이 세계 대중문화의 언어로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작품은 판소리 ‘흥보가’의 박 타령에 반복되는 후렴구 “시리렁 시리렁”을 모티브로 삼았다. 박을 타는 소리를 형상화한 짧은 구절에는 익살스럽고도 친근한 흥이 깃들어 있다. 공연은 이 단순한 소리를 출발점으로 음악과 춤, 무대기술을 결합해 감각적인 무대를 펼쳐낸다.
특히 인물·갈등·교훈으로 이어지는 판소리의 전형적 서사를 해체하고 콘서트 형식으로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고전이 지닌 원초적 리듬과 에너지, 감각의 파편을 극대화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무대에서 관객들은 무엇을 기대했든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특유의 자유롭고 힘 있는 몸짓, 이날치의 리듬과 ‘아니리(대사)’가 어우러지며 마당극 같기도, 디스코 파티 같기도 한 색다른 몰입감을 선사한다.
무대 위 대형 LED에는 애니메이션과 실시간 영상이 번갈아 투사된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장면들이 어우러지며 독특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소리와 몸짓, 장면이 뒤섞인 무대에서 관객은 각자 자신의 감각으로 ‘나만의 흥보가’를 완성한다. 익숙한 전통 위에 각자의 해석이 더해지며 모두 다른 이야기가 탄생하는 셈이다.
장영규 음악감독은 “‘드라곤킹’ 이후 두 번째 작업이다. 이날치로서는 새로운 시도를 위해 더 이상 판소리 다섯 바탕을 다루지 않기로 했지만, ‘흥보가’라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이번에는 노래와 연주 모두에서 리듬에 더욱 집중했다. 호흡과 반복, 변주의 흐름이 작업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람 안무가는 “음악과 춤이 만나는 지점에서 각 퍼포머가 가진 고유한 표현력을 드러내고자 했다”며 “낯선 몸짓 속에서 새로운 차원의 ‘흥’을 발견하고 그 감각을 함께 즐겨주길 바란다”고 했다.
양정웅 연출가는 “김보람 안무가와 장영규 음악감독 모두 개성이 뚜렷한 예술가인 만큼 두 예술이 자유롭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연출이라기보다 이들의 조합을 지켜보는 편집자에 가까운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무대에서 정해진 서사나 교훈을 찾기보다 눈앞에 펼쳐지는 소리와 움직임의 파동, 예측 불가능한 에너지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ACC는 이번 무대를 앞으로의 10년을 열어갈 브랜드 공연의 이정표로 삼고 있다. 2018년 ‘드라곤킹’(수궁가)을 시작으로 2021년 ‘두 개의 눈’(심청가), 이번 ‘시리렁 시리렁’(흥보가)까지 미디어 판소리 시리즈는 세 편째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적벽가’와 ‘춘향가’로도 확장될 예정이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화초, 화초, 화초. 화초장 하나를 얻었다. 얻었네 얻었네 화초장 하나를 얻었다.”
익숙한 장단이 낯설게 다가온다. 때로는 판소리 같고, 때로는 힙합이나 디스코 같은 리듬이 무대를 채운다. 정돈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한바탕 난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전당장 김상욱)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23일부터 25일까지 예술극장 극장1에서 기념 공연 ‘제비노정기: 시리렁 시리렁’을 선보인다.
국경을 넘어선 흥과 에너지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연출가 양정웅, 이날치의 장영규 음악감독,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김보람 안무가가 다시 뭉쳤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18년 ACC 음악극 ‘드라곤킹’에 삽입된 ‘범 내려온다’는 이후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지며 큰 화제를 모았다.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사운드와 역동적인 안무가 어우러져 누적 조회수 5300만여회를 기록했고, 한국 전통예술이 세계 대중문화의 언어로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인물·갈등·교훈으로 이어지는 판소리의 전형적 서사를 해체하고 콘서트 형식으로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고전이 지닌 원초적 리듬과 에너지, 감각의 파편을 극대화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무대에서 관객들은 무엇을 기대했든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특유의 자유롭고 힘 있는 몸짓, 이날치의 리듬과 ‘아니리(대사)’가 어우러지며 마당극 같기도, 디스코 파티 같기도 한 색다른 몰입감을 선사한다.
무대 위 대형 LED에는 애니메이션과 실시간 영상이 번갈아 투사된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장면들이 어우러지며 독특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소리와 몸짓, 장면이 뒤섞인 무대에서 관객은 각자 자신의 감각으로 ‘나만의 흥보가’를 완성한다. 익숙한 전통 위에 각자의 해석이 더해지며 모두 다른 이야기가 탄생하는 셈이다.
장영규 음악감독은 “‘드라곤킹’ 이후 두 번째 작업이다. 이날치로서는 새로운 시도를 위해 더 이상 판소리 다섯 바탕을 다루지 않기로 했지만, ‘흥보가’라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이번에는 노래와 연주 모두에서 리듬에 더욱 집중했다. 호흡과 반복, 변주의 흐름이 작업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양정웅 연출가, 장영규 음악감독, 김보람 안무가. |
양정웅 연출가는 “김보람 안무가와 장영규 음악감독 모두 개성이 뚜렷한 예술가인 만큼 두 예술이 자유롭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연출이라기보다 이들의 조합을 지켜보는 편집자에 가까운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무대에서 정해진 서사나 교훈을 찾기보다 눈앞에 펼쳐지는 소리와 움직임의 파동, 예측 불가능한 에너지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ACC는 이번 무대를 앞으로의 10년을 열어갈 브랜드 공연의 이정표로 삼고 있다. 2018년 ‘드라곤킹’(수궁가)을 시작으로 2021년 ‘두 개의 눈’(심청가), 이번 ‘시리렁 시리렁’(흥보가)까지 미디어 판소리 시리즈는 세 편째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적벽가’와 ‘춘향가’로도 확장될 예정이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