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 시대 - 김여울 디지털·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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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 시대 - 김여울 디지털·체육부장
2025년 10월 10일(금) 00:20
옛날 생각하면 신기한 것 중의 하나가 ‘약속’이다. 지금처럼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지만 사람들은 어떻게든 만났다. 실시간으로 연락을 할 수 없던 시절을 지나 우리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안부를 묻게 됐고 세상의 소식을 쉴 새 없이 접할 수 있게 됐다. 새롭고 더 빨라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24시간을 살고 있다.

세상은 다시 한번 변했다. 이제는 ‘영상의 홍수 시대’다. 휴대전화를 열면 영상이 쏟아진다. 글과 사진 중심이었던 SNS(Social Network Service) 채널들도 흔히 말하는 ‘숏폼’인 짧은 영상으로 사람들을 공략하고 있다. 얼마 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카카오톡도 개편을 통해 숏폼을 주력 콘텐츠로 내세웠다. 친구들이 올린 사진, 영상 등을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인스타그램 감성을 가미하기도 했다. 단순한 메신저 역할을 넘어 소셜 미디어로 확장하겠다는 야심이다.

반응은 극과 극이다. 지인과의 친목 도구를 넘어 업무를 위한 채널로 카카오톡이 확장된 만큼 직장인들에게는 불편한 정보판이 됐다. 영상 시대를 사는 어린 세대에는 볼거리가 더 많아진 반가운 변화다. 덕분에 자극적인 틱톡이나 유튜브를 제한했던 부모들은 부랴부랴 보호조치에 나서고 있다.

뉴스와 정보는 물론 이제는 보통사람들의 일상도 영상으로 소비되고 있다. 사람들은 좋은 풍경·맛있는 음식 앞에서, 사고 현장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부터 켠다. 모든 것을 영상으로 남겨야 할 것 같은 시대가 됐고, 이웃사촌이 아니라 인터넷 사촌이 만들어졌다. 영상으로 다른 이의 삶을 보고 교류를 하고 있다.

얼마 전 한 프로 스포츠 선수가 고민을 이야기했다. 예능성 영상 콘텐츠에 노출되다 보니 내적 친밀감으로 다짜고짜 반말을 하는 팬들이 있다는 게 그의 고민이었다. 진짜 같지만 과장된, 영상을 위한 삶을 보면서 사람들은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짧은 영상으로 함부로 다른 이를 평가하기도 한다.

세계 모든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온·오프라인의 혼돈 속 진짜 삶이 간과되는 것은 아닐까?

/김여울 디지털·체육부장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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