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예술감성 키우는 생활 속 문화도시 - 문창현 광주동구문화관광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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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예술감성 키우는 생활 속 문화도시 - 문창현 광주동구문화관광재단 대표
2025년 10월 15일(수) 00:00
지난 9월 말 ‘빛의 소리’ 공연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빛의 소리 공연은 ‘문화 슬세권으로 만드는 생활 속 문화도시’를 모토로, 빛과 음악이 함께 하는 거리예술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이 공연은 빛의 분수, 빛의 읍성 등 도심 야경핫플을 무대로, 지역주민들에게 일상 속 가까이에서 다양한 문화향유 기회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봄날부터 가을밤까지 연중 내내 시리즈공연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문화 슬세권’이란 슬리퍼 차림과 같은 가벼운 복장으로도 언제나 쉽고 편하게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권역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공연을 보기 위해 비싼 티켓을 끊지 않고도 또한 정장과 격식을 차려 입고 거창한 행차를 하지 않고서도 주민 누구나가 생활 속 가까이에서 고품격 문화를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광주동구문화관광재단이 주최한 빛의 소리 공연은 길거리에서 무료로 즐기는 공연이라 하기에는 혼자 보기가 너무 아까운 공연이었다. 음악에 문외한이던 필자도 첫 번째 공연에서부터 완전히 매료되어 마지막 공연까지 모두 출석도장을 찍은 ‘찐팬’이 될 정도였다.

‘김국주 트리오 밴드’, ‘NS JAZZ BAND’, ‘이광배 밴드’, ‘놀이패 신명’ 등 실력있는 출연진 라인업도 귀가 솔깃했지만 탱고, 재즈, 록 얼터너티브, 마당극, 국악 등 다양한 레퍼토리 장르는 주민들의 예술적 감성과 문화적 소양을 넓혀주기에 충분하였다.

사실 주최측이면서 동시에 청중이기도 했던 필자는 생소한 사운드와 음악적 무지 탓에 출연하는 뮤지션에 반신반의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김국주 트리오 밴드는 이미 KBS ‘불후의 명곡’, ‘열린음악회’ 등에 다수 출연한 이력이 있는 실력파 뮤지션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탱고음악을 반도네온, 베이스, 피아노 등 트리오 하모니로 들려주었다. 이국적인 탱고 사운드는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아르헨티나 현지에 온 것과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5·18민주광장에서 진행된 놀이패 신명의 오월마당극 ‘언젠가 봄날에’도 배우들의 눈물과 땀이 서린 혼신의 연기가 관객들을 5월 그날의 생생한 현장으로 몰아가는 감동의 서사시였다. 이 공연은 2010년 초연 이후 200회 이상 무대에 오른 스테디셀러 작품으로, 5·18 당시 행방불명된 자식을 둔 남은자의 슬픔을 해학과 유머로 풀어낸 명품 마당극이었다.

또한 NS JAZZ BAND는 1960년대 쿨재즈부터 스윙, 모던재즈까지 아우르는 교차적 사운드를 추구하는 뮤지션으로, “이것이 재즈다!”라며 청중들로 하여금 가을밤 감미로운 재즈 선율에 푹 빠져들게 하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쿨재즈의 재발견을 통해 정적인 스윙 리듬을 선사하며 재즈 팔색조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필자는 이런 품격 높은 공연을 공짜로 보고 있자니 티켓 비용을 치루지 않고 보는 미안함과 함께 한편으로는 생활 속 곳곳에서 자유롭게 고품격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문화적 포만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수준 높은 공연을 그냥 거리에서 무료로 보고 있자니 내가 문화시민이 된 마냥 감개가 무량했다.

“진짜 문화는 예술관에 있지 않고, 사람들의 삶 속에 있다”라는 영국의 고전인문학자 리처드 리빙스턴(Richard Livingstone)의 명언처럼 우리가 추구하는 문화도시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 곳곳에서 문화가 생생하게 꽃피어야 진정한 문화도시가 되는 것이다.

광주 동구는 주민들의 일상에서 생활문화의 확산을 통해 삶의 터전 가까이 친근하게 문화가 꽃피도록 생활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앞으로 주민 생활의 구석구석에 문화적 향기가 피어나는 동구, 문화로 내 삶이 풍요로워지는 동구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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