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흰불나방에 가로수 고사…황폐화된 광주천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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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흰불나방에 가로수 고사…황폐화된 광주천변길
집단 발생 유충 잎 갉아먹어…광주천·승촌보 등 1800여 그루 피해
산책하던 시민들에 벌레 떨어져 기겁도…지자체 방제 등 대책 시급
2025년 10월 12일(일) 20:20
12일 광주시 남구 사동과 동구 불로동 일대 광주천 부동교 인근 수목들에 미국흰불나방 유충들이 들러붙어 말라 비틀어져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가로수 킬러’로 불리는 미국흰불나방 유충 피해가 광주 주요 하천인 광주천과 영산강 승촌보 일대에서 대량 발생하고 있다.

이상기후 등 영향으로 광주에서 미국흰불나방 유충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가로수 관리 주체인 지자체와 광주환경공단 등은 피해 현황 집계, 방제 작업도 제멋대로 하고 있어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광주환경공단과 광주시 동구에 따르면 현재 광주천 일대 가로수에서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집단 발생하고 있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외래 해충으로, 몸길이 3여㎝에 검은색과 흰색의 긴 털이 몸에 빽빽이 나 있는 모습이다. 한 마리가 평균적으로 100~150㎠의 잎을 갉아먹는데, 대량 발생 시 활엽수에 피해를 입혀 심할 경우 나무를 죽게 만든다.

이날 광주천 설월교~남광교 구간(1.2㎞)을 걸어 보니, 나무 두 그루 중 한 그루 꼴로 잎이 거의 사라지고 잎맥만 남는 등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애벌레에게 점령당한 나무는 가지마다 거미줄같은 실이 얽혀 있고 노랗게 말라죽어 있는 모습이었다.

서구 천변좌로 인근 나무 잎이 미국흰불나방이 갉아먹은 뒤 잎맥만 남아 있다. /김진아 기자 jinggi@
교각 아래 기둥에도 유충이 수백 마리씩 붙어 있어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은 “소름끼친다”며 발걸음을 급하게 돌리기도 했다.

광주천변에서 노인 일자리 활동을 마치고 동료들과 산책을 하고 있던 이학임(77)씨는 “등에 벌레가 떨어져 깜짝 놀랐다. 간지럽고 소름이 돋았다”며 “순간 놀라 넘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송순임(78)씨도 “몸에 붙으면 간지럽고, 벽에도 붙어 있고 벌레 배설물이 떨어져 바닥이 시커멓게 된다”고 덧붙였다.

주택가 나무까지도 감나무를 중심으로 피해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남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 바란다’ 게시판에는 “백운2동 주택가에 미국흰불나방이 번지고 있다. 아이들이 있어 방제가 필요하다”는 민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피해는 영산강을 타고 올라가 남구 승촌동의 승촌보 파크골프장에도 발생했다. 승촌보 입구부터 가지마다 거미줄같은 실이 주렁주렁 달린 채 노랗게 말라 죽은 나무들이 잇따라 눈에 띄었으며, 파크골프장 일대 나무 세 그루 중 한 그루 꼴로 유충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파크골프장을 찾은 한연서(65)씨는 “날이 좋아서 골프 치러 왔는데 벌레가 너무 많아 못 하겠다. 머리 위로 떨어질 정도”라며 “약을 뿌려서라도 없애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자(69)씨는 “나무 밑에도, 홀 주변에도 벌레가 많아 골프채로 없애보지만 소용이 없다”며 “공 옆에 벌레가 기어다녀 혐오감이 들고, 밖에서 간식도 마음껏 못 먹겠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미국흰불나방 유충 피해는 최근 들어 더욱 잦아지는 추세다. 보통 5~6월(1화기)과 7~8월(2화기)로 연2회 발생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가을 날씨가 더워지면서 3화기까지 발생하면서 10월임에도 불구하고 유충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 5개 자치구가 파악 중인 피해 가로수는 남구 8그루, 북구 1800여그루 등이지만, 이마저도 정확히 집계한 것이 아니라 광주천 일대에 대해 어림짐작한 수준이라 실제 피해량은 더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가 심각한 광주천의 경우 광주환경공단과 4개 자치구(동·서·남·북구)가 구간별로 나눠 관리하고 있는데, 모든 구간의 피해 현황을 수시로 점검하기엔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 각 자치구 입장이다.

가로수 관리 주체들은 방제 작업 주체와 관련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였다.

광주시 5개 자치구는 여름철 위주로 연 3회 방제작업을 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올해는 광주 전체 가로수 16만 3000여그루 중 1만3000여그루에 대해서만 방제 작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도 광주공원, 사직공원, 평화공원 3곳을 대상으로 6월에서 7월 사이 3회가량 방제를 실시하고 있어 공원 내에서는 피해가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환경공단은 광주천 내에서 매주 2회 방제 작업을 실시 중이나, 과거 공단이 광주천을 인수할 당시 담당했던 나무 3800여그루만을 대상으로만 작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외 나무 등은 자신들이 아닌 지자체가 관리 주체라는 것이다.

더구나 민간주택까지 피해가 번진 경우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공단 등 모두 “민간 소유 주택은 방제하기 어렵다. 집주인이 알아서 방제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유충이 이동하면서 나무를 갉아먹어 주변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매년 피해가 반복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자체, 공단 등이 책임 있는 자세로 방제 작업을 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광주시 남구 관계자는 “매년 3~4회정도 정기 방제를 실시하고 있고 추석 연휴전에도 1회 실시했지만 수목 피해와 민원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어 자치구 차원에서도 우려가 크다”며 “우선 오는 14일까지 추가 방제를 실시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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