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쌀값 ‘역대 최고’에도…농민들 웃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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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쌀값 ‘역대 최고’에도…농민들 웃지 못한다
4년여만에 80㎏짜리 22만원 넘어서며 정상화 기대
정부, 물가 안정화 명목 비축미 풀며 쌀값 상승 막아
농민단체 “정부 예측 매번 틀려 농민들만 피해” 불만
2025년 09월 10일(수) 21:05
/클립아트코리아
산지 쌀값(80㎏)이 22만원까지 올라섰다. 쌀값이 22만원을 넘어선 건 지난 2021년 8월(22만 556원) 이후 4년 1개월 만이다. 전남 쌀 재배 농가와 농민단체들은 모처럼 상승한 쌀값에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자재값 비용 상승 등 생산비를 고려하면 이제야 정상화되고 있는데, 쌀값이 물가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정부가 쌀 할인판매 등을 통해 쌀값을 떨어트리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고 있다는 게 농민단체 등의 입장이다.

전남도 등 농정 당국은 산지 유통업체들의 재고 물량 부족 등으로 햅쌀이 수확되는 이달 말까지 쌀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가 최근 수급 안정을 이유로 비축미 3만t을 산지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형태로 ‘방출’한데다, 10일까지 추가 수요를 파악한 뒤 ‘방출’량을 늘릴 계획이고 이달 말 햅쌉 수확도 본격화되면 쌀값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역대 최고로 오른 쌀값에도 웃지 못하는 농민들=정부는 이미 쌀 가공업체들의 원료곡 부족으로 인한 생산·수출 차질 등을 들어 가공용 쌀(국산 1만t·수입산 4만t)을 공급한 바 있다.

10일 전남도에 따르면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로 파악한 쌀 한 포대(80㎏) 가격은 지난 5일 기준 22만 3240원으로 나타났다.

산지 쌀 가격이 22만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1년 8월(22만 556원) 이후 처음이다. 특히 쌀값은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지난 1985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으로 나타났다. 20㎏짜리 쌀값도 5만5810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쌀값은 지난 6월 처음으로 20만원(20만 1703원)을 넘어서더니 20만 7371원(7월)→ 21만 4917원(8월)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다 22만원대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쌀 생산량(359만t)이 전년 대비 12만t 줄어든데다, 정부가 공공비축미(40만t), 시장격리(20만t), 벼멸구 등 피해 벼 매입(2t) 등으로 62만t을 매입한 게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매년 수확기(10~12월)이후 하락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햅쌀 수확이 본격화되는 9월 말부터 쌀값 상승세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쌀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물가 불안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장, 정부는 최근 수급 안정을 이유로 비축미 3만t을 산지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형태로 ‘방출’했다. 또 10일까지 농협을 통해 추가 수요를 파악한 뒤 ‘방출’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소비자들의 쌀값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대형마트에서 쌀 할인행사(20㎏당 5000원)도 추진중이다.

◇매년 틀리는 정부 예측…농민만 피해=농민들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박형대(진보·장흥1) 전남도의원은 “쌀 값이 이제서야 정상화 된 것인데, 정부가 쌀값 인상에 부담을 가진다는 건 적절치 못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쌀값도 농민들이 요구한 밥 한공기(100g) 300원에 미치지 못하는 불공정 가격이라는 것이다.

통계청의 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달 기준 109.69로, 마늘(141.12), 배추(152.69), 상추(155.01)보다 낮고 가공식품(124.82), 석유류(124.63)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다.

기준연도인 2020년(=100)의 쌀 CPI보다 9.69% 올랐다는 의미인데, 같은 기간 전체 458개 품목의 총지수 상승률이 16.45%라는 점을 고려하면 쌀값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셈이다. 쌀값이 소비자 물가 불안을 자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농민들 사이에서는 정부 예측 실패로 시장 혼란을 부추겨놓고 애먼 농민들에게 쌀값 상승의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나온다. 매년 쌀 생산량과 수요량을 추정한 뒤 수급 안정대책을 세우고 격리물량을 책정한 정부 예측이 또다시 빗나가면서 유통업체·가공업체 재고 물량 부족으로 이어지지 않았냐는 것이다.

박형대(진보·장흥1) 전남도의원은 “정부는 쌀값을 잡을 때가 아니라 농촌과 국민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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