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국제평화연극제] ‘연극’으로 가을의 첫 막 열다…20~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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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국제평화연극제] ‘연극’으로 가을의 첫 막 열다…20~27일
예술극장 통·북구문화센터 등
개막 공연 ‘나는 고려인이다’
국내외 10여편 연극의 향연
2025년 09월 08일(월) 19:30
‘광주국제평화연극제’가 오는 20~27일 북구문화센터 등에서 펼쳐진다. 광주연극협회와 키르기스스탄 예술단의 합동공연 ‘나는 고려인이다’ 의 한 장면. <광주국제평화연극제 제공>
나와 타인의 사이에는 틈이 있다. 언어와 문화, 살아온 환경 등에서 비롯된 결코 맞물릴 수 없는 틈. 그 틈을 건너게 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힘, 그것이 바로 예술이며 특히 연극이 지닌 본질이다.

제21회 광주국제평화연극제가 오는 20일부터 27일까지 광주 북구문화센터, 예술극장 통, 공연일번지, 미로센터 2관 등에서 펼쳐진다. 이번 연극제의 주제는 ‘틈-찾다·메우다·트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마주한 간극을 찾아내고, 이해와 연대를 통해 메우며, 새로운 길을 트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축제의 문은 광주연극협회와 키르기스스탄 예술단이 함께하는 합동 개막공연 ‘나는 고려인이다’가 연다. 20일 오후 7시 30분 북구문화센터에서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고려인 160년의 역사를 아리랑의 선율에 실어 풀어낸다.

공연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부 ‘사라진 아리랑’은 고향을 떠나야 했던 이들의 망향을, 2부 ‘일어서는 아리랑’은 낯선 땅에서 다시 뿌리내린 삶을 그린다. 이어 3부 ‘기억하는 아리랑’에서는 잊히지 않은 이름을 불러내며 “나는 고려사람입니다”고 고백하고, 마지막 4부 ‘고려극장’에서는 이주 이후에도 이어진 문화와 예술의 맥을 무대 위에 되살린다.

정안드레이 예술감독은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서사는 단순한 상실의 기록이 아니라 살아남아 문화를 전승해 온 집단적 예술의 힘”이라고 말한다. 이번 무대는 광주의 배우들과 고려인 예술단이 함께 호흡을 맞추며 경계를 넘어선 연대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서로 다른 언어와 배경을 넘어 이어진 기억은 오늘의 관객에게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로 다가올 것이다.

한편 개막식이 열리는 북구문화센터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체험 부스도 마련된다. 페이스페인팅, 연극 의상 체험, 벌룬버블 마술 공연 등이 관객을 맞으며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광주국제평화연극제의 또 다른 축은 해외 초청작들이다.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에서 비롯된 갈등을 무대 위로 불러내며 타자의 고통을 우리의 이야기로 전환시킨다.

튀르키예 초청작 ‘Hold My Hand Rovin’
2일 미로센터 2관에서는 일본 극단 TEAM KULKRI가 ‘까치의 잘라진 하늘’을 선보인다. 작품은 1945년 여름, 식민지 조선에서 일본 여성 하루코와 조선인 소녀 인순이 함께 연극을 꿈꾸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친구가 되지만 패전이 다가올수록 민족적 갈등의 벽은 점점 두터워진다. 어린 소녀들의 우정 속에 한일 간의 역사적 상처를 담아낸 이 작품은 식민의 기억을 공유한 동아시아의 아픔을 오늘의 무대 위에 생생히 불러낸다.

폐막일인 27일 북구문화센터에서는 튀르키예 극단 TIYATRO KEYFI의 ‘Hold My Hand Rovin’이 무대에 오른다. 전설적 작가 아지즈 네신의 작품을 각색한 이 연극은 서커스 단원 부부의 대화를 통해 예술가로서의 외로움과 사랑의 균형을 그려낸다. “가장 가까운 것을 명확히 보지 못하면 그것은 손에서 미끄러져 영원히 잃는다”는 대사처럼 인간 존재의 가장 본질적인 관계를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해외작과 더불어 전국 공모로 선정된 국내 작품들도 무대를 가득 채운다. 극단 여름밤의 ‘임시거주’(22일 예술극장통)는 집을 잃고 땅밑으로 내려간 사람들의 서사를 통해 사회적 소외를 조명한다. 만세프로젝트의 ‘만세는 부르지 않겠다’(23일 공연일번지)는 가미카제 특공대로 내몰린 젊은이들의 삶을, 극단 짓다의 ‘돛단배(풍경을 흔드는 여인)’(24일 예술극장 통)는 구한말 격동의 시대 속 세 인물이 표류하는 뗏목 위 갈등을 그려낸다. 나래아트컴퍼니의 ‘1929’(25일 공연일번지)는 광주학생운동의 서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무대화한다.

이 밖에도 21일 단막극제에서는 전대극예술연구회, 극단 오피어스, DL, 교육연극연구회 놀이터가 참여해 일상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26일에는 광주평화재단이 주관하는 평화포럼이 마련돼 연극적 실천과 학술적 담론을 잇는 자리가 준비된다.

고난영 조직위원장은 “올해 주제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연극을 통해 이해와 연대를 모색하는 과정을 상징한다”며 “광주가 가진 민주·평화의 정신을 무대 위로 확장해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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