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사6월민주항쟁기념비 건립
  전체메뉴
원각사6월민주항쟁기념비 건립
7일 금남로 4가 원각사에서 제막식
1970~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 기려
2025년 09월 04일(목) 20:30
원각사6월민주항쟁기념비의 모습.
1987년 5월 18일, 추모의 목탁이 울리던 광주 원각사 법당에 갑자기 최루탄이 날라들었다. 5·18 추모법회 중이었던 현장은 최루탄 연기로 자욱하게 차올랐고, 법당 안으로 난입한 경찰들은 스님과 청년 불자들을 강제로 연행했다.

이 사건은 지역 불교계와 시민사회의 분노를 촉발하며 6월 민주항쟁의 불길을 더욱 거세게 타오르게 했다. 이후 원각사는 ‘민주 성지’로 불리게 된다.

당시 기억을 역사로 남기기 위해 원각사6월민주항쟁기념비가 세워졌다.

4일 원각사6월민주항쟁기념비건립위원회(건립위원회)에 따르면 원각사6월민주항쟁기념비 제막식이 오는 7일 오전 11시 광주시 동구 금남로4가 원각사 원각루 앞에서 열린다. 이번 기념비는 1970~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불자와 시민들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건립위원회는 지난해 5월부터 준비해 이달 4일 설치를 완료했다.

불자들의 후원으로 1억여 원을 모았고, 조형은 윤석용 조각가가 맡았다.

기념비는 높이 30m, 길이 28m, 너비 15m 규모로, 익산 미륵사지 석탑의 당간지주(幢竿支柱·사찰에서 법회나 의식을 열 때 깃발을 받쳐 세우는 돌기둥)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두 기둥 사이에는 연꽃과 화염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배치해 ‘만인이 존귀하고 모두가 평등하다’는 부처님 가르침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불자와 시민들의 뜻을 담았다.

조계종 제25교구 본사 송광사의 말사인 원각사는 1987년 광주 6월 민주항쟁의 핵심 거점이었다. 앞서 1980년 전두환 정권은 ‘불교 정화’를 명분으로 전국 사찰을 수색해 승려와 불자를 강제 연행·수사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1987년 원각사에서 열린 5·18 추모법회에 경찰이 난입했으며, 이후 불교계는 성명을 내며 강하게 반발했다.

같은 해 5월 27일에는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롯해 송광사·백양사·화엄사·대흥사 주지와 5000여 명의 불자, 시민이 참여한 대규모 항의 규탄 집회가 원각사 앞에서 열렸다. 이후 스님과 불자들의 단식과 기도, 대학가로 확산된 연대 활동은 6월 민주항쟁과 맞물려 전국적인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졌다.

건립위원장을 맡은 도제 스님(보은사 주지)은 “‘모든 중생은 평등하다’는 법의 요체는 곧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의 뿌리와 맞닿는다”며 “기념비는 폭력 앞에서도 꺾이지 않은 수많은 이들의 서원과 원력을 형상화한 상징”이라고 말했다.

정진백 건립위원장은 “더 많은 이들이 당시의 소중한 뜻을 공유했으면 하는 차원에서 기념비를 길가에 세우게 됐다”며 “이 같은 정신이 다음 세대로 이어져 의미있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