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못해 아쉬웠던 콩쿠르…자극되어 한 걸음씩 더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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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못해 아쉬웠던 콩쿠르…자극되어 한 걸음씩 더 성장”
호남예술제 70년 <9>호남예술제를 빛낸 예술가 - 박승유 지휘자
초등시절 첼로 부분 입상…빈 국립음대서 지휘 전공 국제대회서 주목
양주시향 상임지휘자·K-아트 예술감독 “호남예술제는 지역 자긍심”
2025년 06월 19일(목) 18:55
박승유 지휘자가 음악회에서 지휘를 하는 모습. <박승유 지휘자 제공>
“호남예술제는 초등시절 1등을 못해 아쉬웠던 콩쿠르였어요. 오히려 그래서 지금까지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하며 학사·석사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고, 각종 국제지휘콩쿠르에서 수상하며 국내외의 주목을 받는 박승유 지휘자. 국내 클래식계의 젊은 리더로 손꼽히는 그에게 호남예술제는 색다른 기억으로 남아 있다.

어릴 적부터 첼로를 연주하며 각종 콩쿠르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던 그에게 호남예술제는 첫 ‘좌절’의 기억이었다. 초등학생 시절 첼로 부문에 참가해 입상을 하긴 했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박 지휘자는 그 경험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 중요한 계기였다고 회고한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중요한 자극이 됐어요.”

그는 호남예술제를 “처음으로 지정곡을 준비하며 예술가로서 숙제를 받은 경험”이라고 했다. 현재 현악 부문은 자유곡으로 진행되지만, 당시에는 지정곡이 있었다. 어린 참가자들은 낯선 곡을 짧은 기간 안에 익혀 무대에 올랐고, 이 과정은 많은 예술 꿈나무들에게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호남예술제 이후 한 걸음씩 나아간 박승유 지휘자는 중학교 졸업 후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해 첼로를 전공했다.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 최연소로 입학해 첼로를 배운 그는 ‘음악가로서의 다음 단계’를 고민하며 지휘의 길에 들어섰다.

2015년 런던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 2018년 부카레스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주최 국제 지휘 콩쿠르 청중상 수상, 2019년 한국지휘자협회 최우수 지휘자 선정 등으로 국내외 음악계 주목을 받았다.

“청중에게 흥미로운 해석과 음악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지휘자”라는 평을 얻으며 차세대 음악가로 입지를 굳혔다.

“연주는 혼자 소리를 낼 수 있지만, 지휘는 혼자 만들 수 없는 예술입니다. 오케스트라의 마음을 얻고, 설득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죠.”

그는 지휘자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로 ‘신뢰’를 꼽는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좋은 음악이 나옵니다. 리허설에서 신뢰가 쌓이면, 연주자들은 지휘자의 의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돼요.”

그에게도 각별한 순간이 있다.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어라인 황금홀에서 지휘자로 데뷔했던 날이다. “그 홀에 서는 것만으로도 감격인데, 제가 좋아하던 라벨의 ‘라 발스’를 지휘하면서 데뷔했어요. 음악적으로도, 인생의 어느 순간에서도 정말 큰 감동으로 남았죠.”

현재 박 지휘자는 양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이자 성신여대 출강 교수, 그리고 광주·전남 지역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K아트필하모닉오케스트라(K-아트)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유학 초기에 막연하지만 단단한 목표를 세웠다. ‘연주자 → 음악가 → 예술가 → 좋은 사람’. 클라우디오 아바도나 마리스 얀손스처럼 ‘인격과 음악이 함께 위대한 지휘자’를 닮고 싶다는 그는, 궁극적으로 음악을 통해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전하고 싶다.

K-아트 활동도 그 연장선에 있다. K-아트는 국내 초연, 아시아 초연, 독특한 레퍼토리 발굴 등 실험적 기획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 지휘자는 이를 통해 지역 예술의 새로운 활력을 꿈꾸고 있다.

“각 오케스트라가 개성 있는 색을 지녀야 사람들이 그 음악을 들으러 그 지역으로 여행하게 됩니다. 마치 미슐랭 3스타 식당처럼 ‘3스타 오케스트라’가 될 수 있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박 지휘자는 호남예술제에 대해 “지역 문화예술의 흐름을 지탱해온 굉장히 소중한 축제”라고 말했다. 단발성 대회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70년을 이어온 예술제의 명맥은 그 자체로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예술의 길을 걷는 후배들과 자녀를 호남예술제에 참가시키는 부모들에게도 따뜻한 조언을 남겼다.

“예술가들은 지적받는 일이 익숙하죠. 하지만 스스로를 일으키는 힘은 ‘장점’에서 나옵니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구분하고 바라보는 눈이 필요해요. 또 음악을 전공하든 그렇지 않든, 음악을 오래 곁에 두고 좋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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