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길’ 확연히 보여주었던 축제의 시간”
호남예술제 70년 <7>호남예술제를 빛낸 예술가 - 김25 화가
초2~고3 ‘통과의례’같은 출전
또래들과 경쟁 ‘추억’으로 남아
“100년 여정 꾸려 가리라 기대
좋은 예술인 육성 산실 돼주길”
6월22일까지 부산서 WAVE전
초2~고3 ‘통과의례’같은 출전
또래들과 경쟁 ‘추억’으로 남아
“100년 여정 꾸려 가리라 기대
좋은 예술인 육성 산실 돼주길”
6월22일까지 부산서 WAVE전
![]() 김25 작가는 초2부터 고3까지 거의 매년 호남예술제를 참가할 만큼 예술제는 의미있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
![]() ‘Cast a spell’ |
김25 작가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거의 매년 호남예술제에 출전했다. 어떤 해는 작문으로, 어떤 해는 미술로 나갔다. 특선이나 입선은 매년 받았는데 작문과 미술 부문에서 가장 큰 상은 동상이었다.
김 작가에게 학창시절 호남예술제는 반드시 출전해야 하는, 통과의례와 같은 예술제였다.
‘바다를 닮은’ 작가 김25. 김 작가에게는 ‘페인팅과 텍스트 조합으로 생동감을 발하는 작품’, ‘추상적 이미지와 언어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작업방식’ 등의 수사가 뒤따른다.
특히 바다 작품은 역동적인 파도의 움직임, 다채로운 시각적 언어와 맞물려 웅장하면서도 변화무쌍한 감성을 환기한다. 인간 심연을 파고드는 심미적 서사와 대자연을 추상적으로 구현한 작품은 현란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김 작가는 “호남예술제는 어린 저에게 나아갈 길을 확연히 보여주었던 축제의 시간이었다”며 “‘예술과 함께 예술인으로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사실도 일러주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어떤 일에 평생을 바칠 수 있다는 것은 꽤 근사한 일”이라며 “또래들과 벌였던 은근한 경쟁은 추억의 한 자락으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초등학교 시절 호남예술제는 주로 광주공원에서 열렸다. 당시 이젤을 펴고 그림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주위로 아이들이 몰려와 있곤 했다.
“그때 저는 한껏 거들먹거리며 새침한 표정으로 그림을 그렸죠. 언젠가는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나무를 그리는 방법이 틀렸다’고 말을 했어요. ‘잎을 보지 말고 덩어리를 보라’면서요. 순간 자존감이 “쿵”하고 내려앉았지만, 금새 그 말을 이해하고 3단계 명암으로 양감있는 나무를 그렸고 수상을 하게 됐죠. 그 할머니는 누구였을까요.”
김 작가는 올해 예술제가 70주년을 맞았다는 사실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70년 긴 세월을 지치지 않고 지역의 어린 예술인들을 잘 키워주신 덕에 많은 예술가들이 큰 재목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알려진 바로 김 작가는 그림도 그림이지만 글도 수준급이다. 지난 1999년 글과 그림이 있는 에세이집 ‘내 안의 야생공원’(신구문화사)을 펴내 주목을 받았다. 직접 쓴 글과 그린 그림은 읽는 맛, 보는 맛을 선사하는데 당시 서울대 미대 교수였던 김병종 화가는 “그녀의 글은 빛과 색으로 가득하다. 캔버스에 색채를 찍어 바르듯 현란하다. 그러면서도 고요함이 있다”며 “무지개빛 유채(油菜)로 어지러운가 하면 가슴을 번지는 수묵(水墨)처럼 맑고 담담한 맛이 있다”고 평했다.
아마도 글은 그리듯이 쓰고, 그림은 글을 쓰듯 표현하기 때문에 서로 상반된 감성과 아우라를 발하는지 모른다. ‘내 안의 야생공원’에 수록된 ‘컬러 COLOR’라는 글은 김 작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처럼 생각된다.
“모든 자연이 대개 각자의 보색과 결합되어 더욱 아름답듯이 사람들 역시 주어진 각자의 보색을 사랑하고 있다. 그것이 원리임에도 그러나 그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보색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보색 속에 바로 자기 자신의 잔상을 보기 때문이다. 거울 안처럼 반대로 보이지만 결국은 자신인 그 모습을 말이다.”
현재 김 작가는 바다를 모티브로 부산에서 전시(6월 22일까지)를 진행 중이다. ‘바다의 날’(5월 31일)을 기념해 스페이스 원지에서 ‘WAVE: Cast a spell’을 주제로 29일부터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파도를 넘다’, ‘주문을 외다’라는 의미처럼 바다를 신화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은 바다의 도시 부산에서 또 어떤 ‘파도’를 일으킬지 자못 기대가 된다.
“거짓말을 못하고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등급이 없는 ‘무등의 정신’이 좋다”는 김 작가. 그는 순수하고 진정성 있는, 회화 본연의 미적 질서에 기반한, 새롭고 창의적이며 자유로운 미술을 꿈꾼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호남예술제의 미래와 방향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앞으로도 많은 마음과 손길이 광주일보와 함께 100년 여정을 꾸려 가리라 기대합니다. 또한 광주일보가 기꺼이 좋은 예술인들의 산실이 돼주시리라 믿습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