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용기와 확신 안겨준 든든한 버팀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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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용기와 확신 안겨준 든든한 버팀목이었죠”
<3>호남예술제를 빛낸 예술가 - 우제길 화백
학창시절 다채로운 색상의 ‘봄’ 표현 작품으로 미술 부문 입상
지속성·공공성 지닌 지역 문화예술 중심축으로 자리매김 기대
2025년 05월 02일(금) 12:00
우제길 화백은 호남예술제 수상은 예술에 대한 내면의 의지를 더욱 단단하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우 화백.
“학창 시절 호남예술제 수상은 말 그대로 ‘용기’와 ‘확신’을 안겨준 경험이었습니다. 누군가 제 작품에 대해 진심을 담아 평가해주고 상이라는 매개체로 격려해주는 일은 ‘예술을 계속해도 된다’는 허락과도 같은 뜻이니까요.”

우제길 화백이 학창 시절 호남예술제에 참가한 것은 가장 영향력 있는 대회에서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과학시간이면 교과서를 보고 인체 내부 기관을 직접 그릴 만큼 표현하는 것에 심취해 있었다.

우 화백은 당시 대회에서 “나무와 오솔길, 돌, 새 등 풍경을 관찰하고 그리는 것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며 “풍경은 터치가 중요해 사물을 꼼꼼하게 그리고 다채로운 색상으로 봄의 느낌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최근 동구 운림동 증심사 길목에 자리한 우제길미술관에서 우 화백을 만났다. 여느 때처럼 그는 작업실에서 창작 활동 중이었다. 희끗희끗한 짧은 머리에 청색의 앞치마를 걸친 모습에선 청년작가의 분위기가 배어나왔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창작을 하는 한 영원한 현역이다”와 같은 말들이 환기되었다.

그는 예술제 입상은 단순한 성취를 넘어 예술에 대한 내면의 의지를 더욱 단단하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사실 예술가의 길은 스스로도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는 여정이다. 그런 점에서 “당시 수상은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든든한 믿음이 되었고 여러 굴곡 속에서도 작업을 놓지 않게 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며 지난날을 떠올렸다.

광주 서중과 광주사범학교를 거쳐 광주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우 화백은 제1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최고 인기작가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100회가 넘는 개인전, 900회 이상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선정한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100인에 꼽히기도 했다. 지난 2022년에는 지역에서 처음으로 서울 가나아트 센터 전관에서 초대 개인전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일평생 걸어온 작가 인생의 여정에서 호남예술제는 그에게 “예술적 작가의 시작점이자 표현의 자유를 경험한 시간”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학교라는 울타리가 아닌 공공의 무대에서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사회적 경험’일 터였다.

이후 여러 공모전에 참여하며 수상도 하게 됐지만, 호남예술제의 기억은 늘 마음 한켠에 자양분처럼 자리했다. “특히 호남예술제가 지속성과 공공성을 지닌 무대이기에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축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말에서 지역 문화와 예술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우 화백은 1968년 ‘에뽀끄’(Epoque)라는 작가 그룹 일원이 돼 본격적인 추상작업에 몰두했다. “그 시기 최종섭, 박상섭 선배작가들과의 만남, 교류는 예술세계를 더 넓게 확장시켜 준 중요한 계기였다”며 “이전까지 작업적 시도와 자신감은 호남예술제와 같은 공공예술 무대에서 쌓은 경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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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전남도립미술관에서 ‘빛과 사이 색’전을 주제로 초대전을 연 바 있다. 지금까지 구축해왔던 예술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는 1960년대 이후 초기 대표작부터 다채로운 색채가 돋보이는 2024년 신작, 아카이브 자료까지 모두 100여 점의 작품이 관객을 맞았다.

“선(線) 중에서도 직선을 가장 사랑합니다. 직선이 갖는 의미는 강직하다든지 강인한 성격을 지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내 스스로 갖고 있는 내성적인 여러 결함들 때문에 직선을 사랑하고 그 직선의 곁에서 떠나려 하지 않는지도 모르겠어요.”

작가는 ‘직선’을 모티브 삼아 창작활동을 펼치는 이유를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내향적이며 정적인 작가다. 그러나 작품을 향한 열망, 창작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힘은 역동적이다. 내적인 에너지가 응결돼 작품에 직선으로 발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어린 시절 동네 형들이 어둠 속 무언가를 좇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그는 나중에 그것이 나중에 반딧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빛을 잡기 위해 뛰어다녔던 그 유년의 아련한 기억은 평생 빛을 추구하는 창작의 동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언급했다.

우 화백은 현재 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에서 오는 18일까지 전시를 진행 중이며 우제길미술관에서도 ‘The Blooming’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펼치고 있을 만큼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작가가 붓을 언제 놓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저에게 있어 작업은 곧 삶 그 자체이기에 손에 붓을 쥘 수 있는 한 계속 그릴 것입니다. 여전히 제 안에는 표현하고 싶은 것이 남아 있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은 늘 저를 살아있게 하니까요.”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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