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 -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해마다 광주의 언론은 5월이 되면 5·18민주화운동 관련 기획기사를 쏟아낸다. 5월 행사에 맞춰 광주를 찾는 외국인에 대한 취재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특히 5·18민주화운동 과정에 외국인의 활약과 도움이 컸던 만큼 이들 관련 기사도 쏟아지곤 한다.
올해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한 미국인 데이비드 돌린저(David L. Dolinger·72·한국명 임대운)씨에 대한 광주 명예시민증 수여식을 열렸고, 언론은 이를 기사화 했다. 데이비드 돌린저는 1978년부터 1980년까지 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영암보건소에서 근무했으며 5·18 당시 광주에 머물며 민주항쟁을 직접 목격했다. 이에 일부 언론은 그의 광주 방문과 강연 등을 소개하는 기사의 제목으로 ‘푸른 눈의 시민군’이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 과거에도 국내 언론은 외국인을 소개할 때 ‘푸른 눈’ ‘금발’ 등의 단어를 썼다.
최근 우리는 또 한 명의 ‘푸른 눈’의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 성(聖) 골롬반 외방 선교회 천노엘 신부가 고향인 아일랜드에서 숨을 거뒀다는 뉴스다. ‘광주 발달장애인의 대부’인 그는 1957년 한국에 와서 67년 동안 봉사했다. 그의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국내 일부 언론은 ‘푸른 눈의 천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 금지’ 등 조항을 들어 ‘푸른 눈’ ‘검은 피부’ 등의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 언론이 사회적 책임을 우선하는 것 만큼 인종적 차이로 서로 구분 짓는 그 어떠한 표현에 대해서도 ‘관례라는 이유로 쉽게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게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입장이다. 최근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광주를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은 수많은 ‘푸른 눈의 시민군과 천사’의 소식을 전한 언론사들에게 무더기 주의 조치를 내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종과 외모가 아닌 한국 사람도 쉽게 용기를 낼 수 없는 희생을 아끼지 않았고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우리 곁을 지켰던 그들의 용기가 아닐까 싶다. 그들을 제대로 추억하기 위해서는 이제 ‘푸른 눈’ 소동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도 된 듯하다.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kroh@kwangju.co.kr
올해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한 미국인 데이비드 돌린저(David L. Dolinger·72·한국명 임대운)씨에 대한 광주 명예시민증 수여식을 열렸고, 언론은 이를 기사화 했다. 데이비드 돌린저는 1978년부터 1980년까지 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영암보건소에서 근무했으며 5·18 당시 광주에 머물며 민주항쟁을 직접 목격했다. 이에 일부 언론은 그의 광주 방문과 강연 등을 소개하는 기사의 제목으로 ‘푸른 눈의 시민군’이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 과거에도 국내 언론은 외국인을 소개할 때 ‘푸른 눈’ ‘금발’ 등의 단어를 썼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종과 외모가 아닌 한국 사람도 쉽게 용기를 낼 수 없는 희생을 아끼지 않았고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우리 곁을 지켰던 그들의 용기가 아닐까 싶다. 그들을 제대로 추억하기 위해서는 이제 ‘푸른 눈’ 소동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도 된 듯하다.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