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가 맺어준 한·일 독자 인연 감사”
제3회 광주 동구 무등산인문축제 ‘소년이 온다 문학기행 한·일 독자의 밤’
일본 독자 50여명 광주 3박4일 방문…옛 전남도청 등 둘러봐
“소설 속 현장 보니 기분 묘해 …역사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일본 독자 50여명 광주 3박4일 방문…옛 전남도청 등 둘러봐
“소설 속 현장 보니 기분 묘해 …역사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 31일 무등산 증심사 인근에서 열린 ‘소년이 온다 문학기행 한·일 독자의 밤’ 행사. |
“한 권의 책을 통해 우리가 함께 모여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소설이 서로 연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생각합니다.”
초여름 밤, 무등산 자락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한 일본의 ‘소년이 온다 문학기행단’은 한강 작가의 소설이 맺어준 인연에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 31일 증심사 무대에서 열린 ‘소년이 온다 문학기행 한·일 독자의 밤’ 행사는 광주시 동구(청장 임택)가 주최한 ‘제3회 동구 무등산 인문축제 인문 For:rest’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동구청은 지난 3월 일본에 한국문학을 알리고 있는 ‘쿠온출판사’와 업무 협약을 맺고 이번 방문을 추진했다.
지난달 30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은 50여명의 방문단은 옛 전남도청,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전일빌딩 245, 적십자병원 등 5월 현장과 광주극장, 소년의 서, 비움박물관, 동구 인문학당 광주의 이곳 저곳을 둘러봤다.
황풍년·지정남씨의 사회로 열린 이날 문학의 밤 행사에서는 일본 참가자들과 함께 임인자(소년의 서 대표), 이동순(조선대 교수) 등 광주 참가자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죽은 자의 영혼이 자신이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이 등장하는 소설의 2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묘사를 접한 건 처음이었어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서로를 돕고 인간성을 잃지 않는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재난보도 전문기자로 한신 대지진 등을 취재했는데 사건의 팩트를 정확히 다루는 것과 더불어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이니치방송 보도부 오오무타 치사코씨는 “책을 읽고 5월이 남긴 상처가 수십년이 지나도 사람을 괴롭히고 여전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며 “대지진 때 가족을 구하지 못해 인생을 즐기면 안된다는 생각에 5년간 웃는 게 불가능했다는 한신 재해 유족들의 모습도 떠올랐다”고 말했다.
유창한 한국어로 발표에 나선 이나카와 유키 교수는 온라인으로 한국문학 읽기 모임을 이끌고 있다. 광주에 방문하기 전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참가자 중에는 일본어로 읽고 한국어로 다시 읽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광주 땅을 밟고 광주 사람들과 대면할 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싶어 미리 원고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했다.
“광주에 도착해 도청 앞 민주광장, 금남로 등을 걸을 때 기분이 묘했습니다. 소설에서 글로만 읽었던 현장에 오니까 소설 전체가 제 안으로 들어왔고 작품의 일부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한강의 소설은 어휘나 문법적으로 어려운 말을 쓰지는 않지만 추상적인 게 특징입니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들에 대해 사람마다 다 다른 해석을 하더군요. 이 점이 한강작가가 세계와 소통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소설에 등장하는 ‘너’와 ‘나’라는 호칭이 인상적”이라며 “특히 ‘너’라는 단어는 소설을 읽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신을 마주하게 하게 해 바로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로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밖에 1981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던 가미야 니지 교수는 “한국 근대사를 추적하다 보면 그 연원이 일제 강점기까지 이어진다”며 “역사는 우리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초여름 밤, 무등산 자락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한 일본의 ‘소년이 온다 문학기행단’은 한강 작가의 소설이 맺어준 인연에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 31일 증심사 무대에서 열린 ‘소년이 온다 문학기행 한·일 독자의 밤’ 행사는 광주시 동구(청장 임택)가 주최한 ‘제3회 동구 무등산 인문축제 인문 For:rest’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동구청은 지난 3월 일본에 한국문학을 알리고 있는 ‘쿠온출판사’와 업무 협약을 맺고 이번 방문을 추진했다.
황풍년·지정남씨의 사회로 열린 이날 문학의 밤 행사에서는 일본 참가자들과 함께 임인자(소년의 서 대표), 이동순(조선대 교수) 등 광주 참가자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마이니치방송 보도부 오오무타 치사코씨는 “책을 읽고 5월이 남긴 상처가 수십년이 지나도 사람을 괴롭히고 여전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며 “대지진 때 가족을 구하지 못해 인생을 즐기면 안된다는 생각에 5년간 웃는 게 불가능했다는 한신 재해 유족들의 모습도 떠올랐다”고 말했다.
유창한 한국어로 발표에 나선 이나카와 유키 교수는 온라인으로 한국문학 읽기 모임을 이끌고 있다. 광주에 방문하기 전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참가자 중에는 일본어로 읽고 한국어로 다시 읽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광주 땅을 밟고 광주 사람들과 대면할 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싶어 미리 원고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했다.
“광주에 도착해 도청 앞 민주광장, 금남로 등을 걸을 때 기분이 묘했습니다. 소설에서 글로만 읽었던 현장에 오니까 소설 전체가 제 안으로 들어왔고 작품의 일부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한강의 소설은 어휘나 문법적으로 어려운 말을 쓰지는 않지만 추상적인 게 특징입니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들에 대해 사람마다 다 다른 해석을 하더군요. 이 점이 한강작가가 세계와 소통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소설에 등장하는 ‘너’와 ‘나’라는 호칭이 인상적”이라며 “특히 ‘너’라는 단어는 소설을 읽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신을 마주하게 하게 해 바로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로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밖에 1981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던 가미야 니지 교수는 “한국 근대사를 추적하다 보면 그 연원이 일제 강점기까지 이어진다”며 “역사는 우리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