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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일기장-송기동 예향부장
2024년 05월 14일(화) 00:00
“도청에서 난리가 났다고 한다. 그래서 난 교정소에도 못가고 벌벌 떨었다. 젊은 언니 오빠들은 잡아서 때린다는 말을 듣고 공수부대 아저씨들이 잔인한 것 같았다.…”

광주 동산초등학교 6학년 김현경 양이 연필로 쓴 1980년 5월 19일(월) 일기다. 18일에는 ‘무서움’, 19일에는 ‘공포’라는 제목을 붙였다.

“뻐스 승강장으로 세워둔 비닐 지붕의 승강시설은 보이는 대로 길 가운데 바리케이드를 만들었고 서둘러 돌고개를 넘어서니 가로수를 톱질해서 양쪽으로 넘어뜨린 채 도로 차단을 해두었다.”

당시 광주우체국 통신과장으로 근무하던 조한유 씨의 5월 21일 일기중 일부다. 도로 차단을 하기 위해 가로수를 넘어뜨린 돌고개를 비롯해 충장로와 수기동, 양동시장 등지의 상황을 눈에 본대로 기록했다.

“오후 3시가 넘어서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왔다. 드디어 목포에도 나타났으니 조심하고 아이들 내보내지 말라는 당부의 걱정들이었다. 나는 당황하고 불안했다. 목포에서도 광주 같은 사태가 생기면 만약 어떻게 될까, 큰일이었다.”

목포에 거주하던 주부 조한금 씨는 같은 날 일기에 광주에서 내려온 시민군 버스차량 등 당일 목포 상황과 심리상태를 꼼꼼하게 일기장에 담았다.

올해는 5·18민주화운동 44주년이다. 광주·전남 시민 5명이 기록한 5·18 일기장을 볼 수 있는 기획전시 ‘5월 18일 일요일 맑음’(~12월 1일까지)이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9층)에서 열리고 있다. 44년 전 5월, 초등학생을 비롯해 여고생, 주부, 광주우체국·천주교 광주대교구 직원 등 평범한 시민들이 일기를 썼다. 본대로, 들은 대로 광주·전남의 그날그날 상황을 자신만의 일기장에 풀어냈다. 전시되고 있는 시민들의 일기를 통해 당시의 긴박감과 심리상태를 느낄 수 있다. 개인 일기이지만 ‘80년 5월’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사초(史草)라 할 수 있다. 시민들의 ‘5월 일기’ 또한 2011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44년 전, 시민들이 숨죽여가며 써내려간 일기장은 함부로 버릴 수 없는 소중한 기록이다. 한줄 일기는 그렇게 역사가 됐다.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