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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당’의 필요성 -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
2023년 12월 26일(화) 23:00
1990년대 초 전남대 원로 교수 한 분이 중국 여행을 다녀온 소감을 말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역사에 중국인들 앞에서 돈 자랑했던 때가 지금 말고 언제 또 있었느냐?” 그렇다.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는 역사상 가장 번성한 시기를 살았다. 행운의 세대가 아닐 수 없다.

그럼 이 좋은 시절은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오래 갈 것 같지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초저출산 현상에 따른 인구 감소와 기형적인 인구 구조다. 올해 12월에 나온 몇 가지 우울한 신문 기사들을 소개하겠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인구 전문가의 칼럼을 통해 ‘향후 한국은 중세 서유럽이 겪은 흑사병 창궐 수준의 인구 감소를 겪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소멸할지 모른다’라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은 세계 1위의 초저출산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2050년 성장률은 0%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통계청은 50년 후 한국 인구는 350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며,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초저출산 현상에 따른 급격한 인구 감소와 기형적 인구 구조는 국가 규모 자체를 축소할 뿐만 아니라 20~60대 생산 인구에게 세금, 연금 부담률, 건강 보험료 등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그런데도 안타까운 일은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당인 국민의힘,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 모두 인구 문제 등 미래 한국에 대해서 어떤 진지한 고민의 흔적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한 2024년 예산도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은 적자 예산이다. 부자(현재 세대)가 어려운 사람(미래 세대)을 착취하여 자기들 배만 불리겠다는 논리와 똑같은 현상이다.

솔직히 말해 지금 한국은 인구 문제만 심각한 게 아니다.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 문제, 부동산 문제, 교육 문제, 청년 실업 문제, 지방 소멸 문제 등 어려운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정파를 초월한 거국 내각이라도 구성해야 할 상황이다.

최소한 20~30년 후를 대비하며 정치를 하는 정당이 필요하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이런 정당으로 탈바꿈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인 민주당에 협조를 요청하고, 또 민주당이 그런 요구에 호응하여 중요한 사안은 협력하고, 또 경쟁을 하더라도 주요 정책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정당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현시점에서 양대 정당에 그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럼 다른 방법이라도 찾아야 한다. 제3당이라도 나와서 미래 한국을 걱정하고 해법을 찾는 일을 선도해줘야 한다.

먼저 정의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녹색당 등 진보 정당들에게 주문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지금과 같은 분열적 방식으로는 앞으로도 희망이 없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비례연합 정당을 모색하고 있다는데, 당장은 그렇게 하더라도 선거가 끝나면 조건 없이 하나로 합하겠다는 약속부터 하고 선거연합을 하라. 더 영향력 있는 정당이 되어서 진보세력의 주요 관심사이자 미래 세대의 생존에 관한 문제인 환경·기후문제, 한반도 평화문제, 빈부격차 해소 문제 등에서 견인차 역할을 해달라.

이낙연 전 총리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신당을 만들려고 한다. 신당을 만든다면 따로 보다는 함께 해보라. 제3당의 성공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합리적 보수와 중도 개혁 성향의 세력이 힘을 합해 국가적 난제를 풀겠다는 각오와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보라. 진영을 뛰어넘어서 하나가 된 다음 인구 문제 등 한국 사회의 난제를 푸는 데 앞장서는 모습, 즉 ‘2050(년)당’의 모습을 보이면 틀림없이 의미 있는 숫자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무게감 있는 제3당이 나와 정책 경쟁을 선도할 경우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또 민주당과 국민의힘에게도 큰 자극제가 될 것이다. 통합된 진보 정당과 새로 출현할 중도개혁 정당이 꼭 성공하여 정치권의 메기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