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청년 빛나는 미래] 의무경찰·외사특채·무도특채, 각기 다른 출발선서 만난 이들
(16) 광주 광산경찰서
‘사명감 하나로’…다른 길 끝에 만난 ‘경찰’
독학·외국어·무도…다양한 경로로 유입
“체력 관리 필수·특채도 들여다봐” 조언
‘사명감 하나로’…다른 길 끝에 만난 ‘경찰’
독학·외국어·무도…다양한 경로로 유입
“체력 관리 필수·특채도 들여다봐” 조언
![]() 광주 광산경찰서 장희영(왼쪽부터) 순경, 이상민 경장, 오재인 경장이 화이팅을 외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
경찰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시험 준비 방식도, 출발선도 모두 달랐다. 의무경찰로 복무하며 현장에서 꿈을 키운 청년도 있었고, 해외에서 10년 가까이 일하다 우연한 기회로 경찰이 된 이도, 태권도 선수로 13년을 보낸 뒤 마지막 도전 끝에 제복을 입은 이도 있었다.
광주일보가 만난 광주 광산경찰서 오재인(27) 경장, 이상민(43) 경장, 장희영(여·31) 순경의 이야기는 각자의 선택이 어떻게 하나의 직업으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줬다.
범죄예방 대응과에서 지구대·파출소 운영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오재인 경장은 의경 복무 경험이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그는 2017년 의무경찰로 복무를 시작해 2019년 5월 전역했다. 복무 중이던 2019년 4월 필기와 체력 시험을 마쳤고 전역 직후 면접을 본 뒤 같은 해 9월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했다. 이후 익산경찰서를 거쳐 현재는 광산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오 경장은 “처음부터 경찰을 꿈꾼 건 아니었다”며 “의경으로 근무하면서 경찰관들과 함께 현장을 뛰다 보니 평생 직업으로 삼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군 복무 중 시험을 준비해야 했던 그는 의경 신분으로 학원에 다닐 수 없어 독학으로 공부했다. 오 경장은 인터넷 환경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공부 방향을 잡는 게 어려웠지만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합격했다. 체력 역시 별도 학원 대신 경찰서 내 헬스장을 활용해 준비했다.
광산서 치안정보안보과 치안정보계에서 집회·행사 신고와 상황 대응을 맡고 있는 이상민 경장은 가장 이색적인 이력을 지녔다.
그는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캄보디아에서 지냈다. 대학 졸업 후 군 전역을 앞두고 떠난 배낭여행이 계기가 돼 현지에 정착했고 캄보디아 언어인 크메르어와 영어를 익힌 뒤 락앤락, CJ그룹 등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다.
당초 이 경장에게 경찰이라는 직업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선택지였다. 그는 “중·고등학생 시절 막연히 ‘경찰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만 공무원이 박봉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일찍 접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해외 이동이 막히면서 인생의 흐름이 바뀌었다. 경찰청에서 크메르어 외사 특채를 선발한다는 소식을 친구 추천으로 접했고, 예상치 못하게 시험에 도전해 합격했다. 마산 출신인 그는 2020년 임용 이후 연고가 전혀 없던 광주에서 5년째 생활하고 있다.
형사과에서 근무 중인 장희영 순경은 태권도 선수 출신이다. 그는 13년간 선수 생활을 이어오다 투기 종목 특성상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는 현실과 마주했다. 태권도 지도자의 길도 고민했지만 오랫동안 운동으로 쌓아온 재능을 그냥 낭비하고 싶지 않아 경찰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무도 특채 경찰관 시험에 2019년부터 도전했지만 3년 연속 2등에 머물렀다. 포기 직전 마지막 기회를 잡아 다시 도전했고 2022년 합격했다. 그는 “1등을 해야 합격이 아니라 1등을 해야 면접 기회를 얻는 구조였다”며 “끝까지 버틴 게 합격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모두 경찰 임용 전 어려웠던 점을 돌아봤다.
장 순경은 “운동 실력 위주로 뽑히다 보니 법 공부를 거의 하지 못한 상태로 현장에 투입됐다”며 “결과보고서 작성이나 민원인 응대 등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오 경장은 “독학으로 공부하다 보니 방향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며 “지금 돌아보면 운도 많이 따랐다”고 했다.
이 경장은 “크메르어는 국내에서 공부할 자료가 거의 없어 현지 신문을 보며 영어로 번역해 다시 학습했다”고 전했다.
경찰이라는 직업 특성상 업무 강도 역시 만만치 않았다.
형사과에서 4교대 근무를 하는 장 순경은 “야간 근무가 끝나도 쉬는 날은 하루뿐이고 주말에도 근무가 이어진다”며 “새벽 시간 술에 취한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여경으로서 겪는 어려움도 분명히 있다”고 털어놨다.
이 경장은 집회·행사 대응 업무 특성상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휴일에도 즉시 출근해야 한다. 그는 “금호타이어 화재 사건 같은 경우 주말에도 바로 출동한다”며 “주말 부부라 아내를 자주 보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오 경장은 지구대·파출소 운영 기획을 맡아 근무 패턴 조정, 인원 배치, 순찰차 장비 관리, 민원 전화 응대까지 담당한다. 그는 “광산구 서가 다른 자치구에 비해 많은 편이라 하루에 민원 전화만 100통 넘게 올 때도 있다”며 “광산구 전반의 치안 수요를 조율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경찰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일이지만 경찰이 된 후 겪었던 뿌듯한 순간을 기억하며 일하고 있었다.
오 경장은 순찰 당시 울고 있던 아이를 발견해 보호하던 중 실종 신고가 접수됐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장 순경은 정당하지 않은 재물손괴 사건을 3개월 가까이 붙잡고 연구해 피의자의 불송치 결정을 이끌어낸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몸으로만 일하는 경찰이 아니라 판단과 책임으로 결과를 만드는 직업이라는 걸 증명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 경장은 길을 잃은 아이를 보호하며 ‘미아 사전 등록제’를 알리는 계기가 됐고 크메르어를 할 수 있어 광주지역 외국인들이 도움을 요청해 찾아오던 기억을 보람으로 꼽았다.
이들은 경찰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장 순경은 “체력 관리는 필수”라며 “형사과는 밤샘 근무가 잦아 체력 저하가 바로 느껴진다”고 했다.
이 경장은 “일반적인 공채가 아닌 특채로 들어올 수 있는 경로가 생각보다 많다”며 “전문 직종에서 일하고 있더라도 경찰에 대한 꿈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으니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오 경장은 “인터넷 강의를 보는 시간을 공부하는 시간이라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합격자 수기보다 시험에 떨어진 사람들의 경험을 참고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광주일보가 만난 광주 광산경찰서 오재인(27) 경장, 이상민(43) 경장, 장희영(여·31) 순경의 이야기는 각자의 선택이 어떻게 하나의 직업으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줬다.
오 경장은 “처음부터 경찰을 꿈꾼 건 아니었다”며 “의경으로 근무하면서 경찰관들과 함께 현장을 뛰다 보니 평생 직업으로 삼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광산서 치안정보안보과 치안정보계에서 집회·행사 신고와 상황 대응을 맡고 있는 이상민 경장은 가장 이색적인 이력을 지녔다.
그는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캄보디아에서 지냈다. 대학 졸업 후 군 전역을 앞두고 떠난 배낭여행이 계기가 돼 현지에 정착했고 캄보디아 언어인 크메르어와 영어를 익힌 뒤 락앤락, CJ그룹 등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다.
당초 이 경장에게 경찰이라는 직업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선택지였다. 그는 “중·고등학생 시절 막연히 ‘경찰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만 공무원이 박봉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일찍 접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해외 이동이 막히면서 인생의 흐름이 바뀌었다. 경찰청에서 크메르어 외사 특채를 선발한다는 소식을 친구 추천으로 접했고, 예상치 못하게 시험에 도전해 합격했다. 마산 출신인 그는 2020년 임용 이후 연고가 전혀 없던 광주에서 5년째 생활하고 있다.
형사과에서 근무 중인 장희영 순경은 태권도 선수 출신이다. 그는 13년간 선수 생활을 이어오다 투기 종목 특성상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는 현실과 마주했다. 태권도 지도자의 길도 고민했지만 오랫동안 운동으로 쌓아온 재능을 그냥 낭비하고 싶지 않아 경찰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무도 특채 경찰관 시험에 2019년부터 도전했지만 3년 연속 2등에 머물렀다. 포기 직전 마지막 기회를 잡아 다시 도전했고 2022년 합격했다. 그는 “1등을 해야 합격이 아니라 1등을 해야 면접 기회를 얻는 구조였다”며 “끝까지 버틴 게 합격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모두 경찰 임용 전 어려웠던 점을 돌아봤다.
장 순경은 “운동 실력 위주로 뽑히다 보니 법 공부를 거의 하지 못한 상태로 현장에 투입됐다”며 “결과보고서 작성이나 민원인 응대 등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오 경장은 “독학으로 공부하다 보니 방향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며 “지금 돌아보면 운도 많이 따랐다”고 했다.
이 경장은 “크메르어는 국내에서 공부할 자료가 거의 없어 현지 신문을 보며 영어로 번역해 다시 학습했다”고 전했다.
경찰이라는 직업 특성상 업무 강도 역시 만만치 않았다.
형사과에서 4교대 근무를 하는 장 순경은 “야간 근무가 끝나도 쉬는 날은 하루뿐이고 주말에도 근무가 이어진다”며 “새벽 시간 술에 취한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여경으로서 겪는 어려움도 분명히 있다”고 털어놨다.
이 경장은 집회·행사 대응 업무 특성상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휴일에도 즉시 출근해야 한다. 그는 “금호타이어 화재 사건 같은 경우 주말에도 바로 출동한다”며 “주말 부부라 아내를 자주 보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오 경장은 지구대·파출소 운영 기획을 맡아 근무 패턴 조정, 인원 배치, 순찰차 장비 관리, 민원 전화 응대까지 담당한다. 그는 “광산구 서가 다른 자치구에 비해 많은 편이라 하루에 민원 전화만 100통 넘게 올 때도 있다”며 “광산구 전반의 치안 수요를 조율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경찰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일이지만 경찰이 된 후 겪었던 뿌듯한 순간을 기억하며 일하고 있었다.
오 경장은 순찰 당시 울고 있던 아이를 발견해 보호하던 중 실종 신고가 접수됐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장 순경은 정당하지 않은 재물손괴 사건을 3개월 가까이 붙잡고 연구해 피의자의 불송치 결정을 이끌어낸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몸으로만 일하는 경찰이 아니라 판단과 책임으로 결과를 만드는 직업이라는 걸 증명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 경장은 길을 잃은 아이를 보호하며 ‘미아 사전 등록제’를 알리는 계기가 됐고 크메르어를 할 수 있어 광주지역 외국인들이 도움을 요청해 찾아오던 기억을 보람으로 꼽았다.
이들은 경찰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장 순경은 “체력 관리는 필수”라며 “형사과는 밤샘 근무가 잦아 체력 저하가 바로 느껴진다”고 했다.
이 경장은 “일반적인 공채가 아닌 특채로 들어올 수 있는 경로가 생각보다 많다”며 “전문 직종에서 일하고 있더라도 경찰에 대한 꿈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으니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오 경장은 “인터넷 강의를 보는 시간을 공부하는 시간이라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합격자 수기보다 시험에 떨어진 사람들의 경험을 참고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