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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나를 알고 싶어서 그림책을 펼쳤습니다 - 김수영 지음
나를 알고 싶다면 ‘그림책 거울’을 펼쳐보세요
2023년 06월 01일(목) 22:00
그림 속 두 아이는 대칭을 이룬 모습이다. 왼쪽 면이 거울이다. 아이는 거울을 보면서 맞은편 아이를 탐색하는 것 같다. 이런저런 표정을 짓고 바라보다 문득 반대편의 아이가 자기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만족스러운 듯 두 아이는 활짝 웃으며 하늘로 날아오른다. 제본을 따라 데칼코마니로 묘사된 그림은 대칭을 이룬다. 한 아이의 활짝 웃는 모습이 두 배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이수지 작가의 ‘거울속으로’라는 그림책에 나오는 장면이다. ‘나를 이해하는 것과 거울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작가는 상정한 것 같다.

작품에서 두 아이는 현실과 거울 사이의 경계 선 안으로 점차 빨려 들어간다. 그러다 사라지는데 거울에도 현실에도 아이는 없다. 당연히 독자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에는 무서울 수도 있다.

‘파도야 놀자’
글과 그림이 함께 어우러진 책을 그림책이라 한다. 흔히 그림책은 아이들만 본다는 선입관이 있다. 그러나 오늘의 그림책은 나이와 세대를 불문해 보는 책이다. 아마도 어른의 마음 깊은 곳에는 어린 시절의 자아가 드리워져 있기 때문일 터다.

그림책을 매개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책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나를 알고 싶어서 그림책을 펼쳤습니다’라는 제목 또한 이색적이다. 저자는 ‘내 이름은 퀴마’, ‘사랑해 언니 사랑해 동생’ 등의 저자인 김수영 박사. 김 박사는 그동안 프로이트오나 라캉으로 다양한 그림책과 동화를 분석하고 강의하며, 동화 창작에도 힘써 왔다.

저자가 그림책을 모티브로 책을 펴내게 된 동기는 이렇다. “그림책의 그림에는 작가의 무의식이 직관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글과 그림이 상호 작용하면서 독특한 스토리를 형성합니다. 여기에 우리 삶을 관통하는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이 더해지면 보다 쉽고도 깊이 있게 ‘나’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림책과 함께 나를 탐구하다 보면 ‘너’와 ‘우리’를 이해하게 되는 건 덤이지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라캉의 정신분석을 기본 베이스로 삼았을까. 저자는 당초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기 위해 라캉 정신분석을 공부했다. 그러나 공부할수록 “라캉은 삶의 고비마다 겪은 이해할 수 없고 황당했던 기억을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주는” 학문으로 다가왔다.

사실 사람들은 일상에서 무수히 많은 관계를 만들어가며 살아간다. 세상살이는 관계 만들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핵심 중 핵심이다. 그러나 때에 따라 어떤 관계는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저자는 결국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나 자신’이라고 본다.

‘거울속으로’
책에는 ‘내 맘대로 안 되는 나’를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그림책들이 소개돼 있다. 저자에 따르면 프로이트는 실패가 어머니를 상징한다고 해석한다. 어머니의 부재는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다. 그림책 ‘파도야 놀자’는 아이가 놀이를 하며 상황을 제어하려는 모습을 담고 있다. 저자는 “아이는 용기를 내어 경계선을 넘어갔다가 파도가 치면 부리나케 왼쪽으로 도망친다. 반복적으로 경계를 넘나들며 아이는 매우 즐거워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장면은 어머니가 돌아오면 다시 안정을 되찾는 아이의 심리와 다를 바 없다고 부연한다.

‘트라우마 달래기’에 초점을 맞춘 그림책 ‘장수탕 선녀님’은 원초적 상실감에 대한 위로를 주제로 한다. 장수탕에는 날개옷을 잃어버리고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선녀님이 있다. 집과 고향을 잃은 선녀님은 장수탕에서 사람들이 요구르트를 마시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장수탕 선녀님’
반면 때 미는 걸 싫어하는 어린 덕지는 요구르트를 얻어먹기 위해 장수탕에 간다. 그는 엄마 곁에 가까이 있지도 또래 친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냉탕에서 혼자 장난을 친다. 날개옷을 잃은 선녀와 엄마에게 받던 최초의 사랑을 잃은 덕지는 애정과 위로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책에는 관계, 욕망, 무의식 등을 모티브로 자아를 탐색하는 다양한 그림책들이 소개돼 있다. 저자는 그림책에서 얻은 힌트들로 관계 속에서 행복해지는 길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책읽는 곰·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