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글씨 대회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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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글씨 대회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3년 06월 01일(목) 00:00
어느 장소에 들러 방명록을 들춰 볼 때면 내용도 내용이지만 글씨체를 유심히 본다. 간단한 이름 석 자에서도 누군가의 고유한 이미지를 상상해 볼 수 있어 즐겁다. 아주 잘 쓴 글씨도 인상적이지만 아무래도 눈길이 가는 건 개성이 담긴 글씨체다.

지난달 순천 은하수갤러리에서 열린 이태호 교수의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전에는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수묵화와 여러 시인들이 자신의 대표작을 손 글씨로 쓴 작품들이 함께 전시됐다. 아기자기하고 단정한 느낌이 나는 곽재구 시인의 글씨체가 눈에 들어왔고, 정호승·김용택 작가 글씨체도 인상적이었다.

며칠 전 서점에 들렀다 ‘교보 손 글씨 대회’ 응모지를 발견했다. ‘손글쓰기문화확산위원회’(위원장 신달자)가 주관하고 교보문고가 주최하는 행사로 감명받은 책 속 문장(50자 이상)을 손으로 적어 우편이나 인터넷으로 응모하는 이벤트다.

손 글씨 대회는 지난 2015년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9340명이 응모,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가장 많이 인용됐다. 으뜸상으로 선정된 글씨체는 디지털 폰트로 만들어지는데, 지난해에는 83세 할머니의 ‘김혜남 서체’가 개발됐다. 나카가와 히데코의 책 ‘음식과 문장’의 한 구절을 쓴 그의 글씨에 대해 심사위원이었던 유지원 타이포그래퍼는 “간결하게 새침한 모습, 곡선에 싱싱한 탄력이 있는 글씨”라 평했다.

손으로 필기한 학생의 수업 이해 능력이 노트북으로 필기한 학생보다 높다든지, 집중력을 키워 주고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든지 등 손 글씨의 효과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손 글씨가 갖고 있는 매력은 많다. 긴 편지를 쓸 때는 나 역시 컴퓨터를 이용하지만 짧은 편지나 메모는 일부러 손 글씨로 써 전해 주곤 하는데, 쓰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친밀감을 느끼는 것 같다.

올해는 가장 좋아하는 필기도구로, 가장 좋아하는 문장을 적어 손 글씨 대회에 응모해 볼까 싶다. 손 글씨도 의미 있지만, 좋아하는 책의 구절을 찾는 과정 역시 커다란 즐거움이다. 정성 들여 손으로 써 내려간 그 문장은 영원히 내 것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응모 마감은 오는 7월 3일까지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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