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걸상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전체메뉴
오월걸상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3년 05월 18일(목) 00:00
폴란드 제2의 도시 크라쿠프는 천년의 고도다. 바르샤바로 옮기기 전 550여 년간 폴란드의 수도였던 크라쿠프는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였고,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구시가지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크라쿠프 외곽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떠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또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배경이 된 오스카 쉰들러의 군수 공장(현재는 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해 이 도시를 찾는다.

쉰들러 공장 인근의 게토 영웅 광장에는 청동으로 만든 33개의 의자가 놓여 있다. 이 광장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이송되기 전 유대인들이 모여 있던 장소다. 당시 나이 많은 유대인들은 자신의 의자를 가지고 나와 앉아서 기다렸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빈 의자만 남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예술가가 그들을 기리며 의자를 제작했다고 한다.

지난 2011년 처음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우리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지속적으로 환기시킨다. 수요 집회 1000회를 맞은 해 제작된 평화의 소녀상은 현재 130여 개에 달하고, 미국·독일 등 해외에도 설치됐다. 시민 모금으로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단발머리 소녀 옆에 빈 의자가 함께 놓여 있다. 할머니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공감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장치다.

5·18을 기억하는 ‘오월걸상’이 눈길을 끈다. 시민들의 기부와 참여로 제작된 오월걸상은 5월 정신을 기념관이나 대형 조형물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 곳곳에서 자연스레 접할 수 있도록 의자로 형상화했다. 지난 2018년 부산 서면 쌈지공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목포역 광장, 명동성당 앞, 경기도청 시민쉼터, 마석모란 공원, 이화여대 앞 대현문화공원 등 모두 여섯 곳에 오월걸상이 놓였다.

5·18을 하루 앞둔 17일 제주 서귀포 시청사에 일곱 번째 오월걸상이 설치됐다. 제주 4·3과 광주 5·18을 잇는 의미로 제주 4·3 유족회가 함께해 의미를 더한다. 전국 곳곳의 오월걸상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삶 속에서 오월을 기억하고, 역사를 떠올리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