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대열-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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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대열-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3년 02월 02일(목) 00:30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75년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는 저출산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예측해 주목을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세계에서 12위로 예측되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2050년 15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대신 인도네시아는 2050년 세계 4위, 나이지리아와 파키스탄은 2075년 각각 세계 5위와 6위로 올라선다. 인구 대국이 곧 경제 대국이 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2070년까지 15위권 내에서 ‘선방’한다. 2050년과 2075년 미국은 2·3위, 독일은 5·9위, 일본은 6·12위로 각각 예상됐다. 유독 우리나라만 짧은 기간 반짝 전성기를 누리고 경제 대국 명단에서 사라진다. 그 이유를 2000년대 들어 심각해진 저출산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이는 매우 복합적이며, 오래 전부터 그 전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방 후 70여 년만에 선진국 수준으로 경제 규모를 키웠던 우리나라가 급속도로 기운을 상실하는 원인은 ‘압축 성장’에서 찾아야 한다. 짧은 시간에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정부는 인재·자원·자본을 일정한 공간에 집약시켜 효율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불균형을 초래했으며, 가진 곳만 더 갖는 구조가 고착됐다. 모든 것은 수도권에만 몰렸고, 인접한 충청권, 기반시설을 갖춘 영남권 등은 그나마 버텨내는 반면 호남권은 소멸을 우려할 정도다.

성장을 위해 그동안 포기하고 희생했던 것들이 이제 서서히 우리를 압박해 오고 있다. 이를 획기적이고, 혁신적으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골드만삭스의 예측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김영록 전남지사는 10년 동안 한 지역에서 일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영주권을 주고, 동남아만이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의 인력까지도 전남에 정착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견 파격적일 수 있으나 지금 시국은 그만큼 절체절명의 위기다. 지방 소멸은 곧 국가 소멸이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간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기 위해 압축 성장의 부작용을 극복하려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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