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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물일어-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2년 11월 24일(목) 00:45
프랑스 문학의 거장인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의 1857년작 ‘마담 보봐리’에서 보봐리의 이름이 엠마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사실주의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 소설은 엠마가 환상을 좇아 결혼을 하고, 만족을 느끼지 못하자 자유를 찾아 두 명의 남성과 애정 행각에 나서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세밀하고 섬세한 사실적인 묘사로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그 덕에 플로베르는 ‘풍기문란죄’로 기소돼 법정에 서기도 했다. 지루한 법정 공방은 판사가 그의 손을 들어 주며 일단락됐는데, 플로베르의 승소는 여성의 정조를 중시했던 당시 보수적인 분위기에 강력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관찰력이 뛰어난 것으로도 유명했다.

플로베르는 ‘일물일어’(一物一語)를 주장하기도 했다. 한 가지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는 단 한 가지라는 것이다. 인간의 약속인 언어가 어떻게 세상만사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겠냐는 반론도 있지만, 그만큼 적확히 사물을 묘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말은 곧 개념을 형성하고, 그로 인해 사고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짓이나 과장·축소된 것을 사실로, 실제로 그렇다고 오인하는 경우 역시 다반사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을 중단했다. 윤 대통령 본인이 국민 소통을 위해 언론과 자주 만나는 방법으로 시작한 뒤 여러 논란에도 고집스럽게 지속해 왔으나 돌연 그만둔 것이다. 이유는 자신의 미국 방문 당시 발언을 보도한 MBC의 청와대 출입기자가 답변을 마치고 돌아서는 자신에게 큰 소리로 질문을 했다는 이유다. ‘가짜 뉴스’ ‘악의적’ 등의 과격한 단어를 사용하며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대통령에게 그 근거를 요구하는 MBC 기자의 항의는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를 두고 여당은 ‘난동’(亂動)이라고, 대통령실은 ‘불미(不美)스러운 사태’라고 규정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단어는 그 상황에 적합한 것이 아니다. 일부러 해당 기자를 부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부적합한 단어를 선택하고 왜곡시키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최고 권력 기관인 대통령실과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는 아닌 것 같다.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