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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담장 넘어 ‘살고 싶은 내 집’ 짓기] 4평짜리 오두막서 집에 대한 초심을 보다
대형 고급 아파트에 대한 로망
도시화 과정 왜곡된 부동산 문제
거장이 지은 4평짜리 오두막의 교훈
나만의 건축관 담은 내 집 짓기 활발
집의 관념·라이프스타일 바뀌어
미래의 집에 대한 진지한 고민 필요
2022년 11월 07일(월) 23:00
미국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월든 호숫가에 지은 통나무집.
◇총가구 51.5% 거주하는 ‘아파트 공화국’=“내가 누워 있는 이 방바닥에서부터 불과 사오 미터 남짓한 아래쪽 공간의 풍경은 어떤 것일까. 꼭 그만한 높이의 위쪽 공간은 또 어떤 모양일까.”

1978년 제2회 이상 문학상 수상작인 이동하 작가의 단편소설 ‘홍소’(哄笑)에서 주인공 ‘나’는 이런 상상을 한다. 벌집처럼 똑같은 모양으로 층층이 지어진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지는 당대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지어진 고층화된 집합주거(集合住居) 주거형식인 아파트는 현재 움직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통계청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일반가구 기준 2092만 6710 가구 가운데 아파트에 사는 가구는 51.5%(1078만2182 가구)에 달한다. 여기에 연립주택(44만1888가구)와 다세대주택(194만4997 가구)를 합하면 62.9%로 늘어난다. 광주·전남 아파트 거주비율을 살펴보면 광주는 일반가구 59만9217가구 중 66.8%(40만562가구), 전남은 일반가구 76만1518가구 중 51.5%(30만3159 가구)에 달한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으세요?’ ‘어떤 집을 짓고 싶으세요?’

이런 질문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사람들마다 살고 싶은 집, 짓고 싶은 집에 대한 대답이 다를 것이다. 현재는 아파트라는 거주양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작은 평수에서 큰 평수로, 지어진지 오래된 곳에서 새로 지은 아파트로 옮기고 싶어 한다. ‘대형 평수의 고급 아파트’는 아파트 생활자들의 로망이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거슬러 자기만의 건축관을 담은 ‘내 집 짓기’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20 인구주택센서스’에 따르면 광주 66.8% 등 전국적으로 전체 가구의 51.5%가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다. 서울시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좋은 집은 어떤 집일까?’=“얼마 전부터 부동산으로서 경제적 가치보다는 가족의 안식처로서 집, 그 본연의 가치를 생각하며 설계를 맡기는 사람이 늘고 있음을 실감한다. 물론 교외에 나가 자연과 가까이 살고자 하는 사람도 많지만, 일터가 있는 도심 한복판에서 절묘한 해법을 찾는 사람도 있다.”

EBS ‘건축탐구-집’ 진행자인 건축가 임형남·노은주 부부는 ‘집을 위한 인문학’을 통해 요즘 ‘집짓기’의 새로운 경향을 얘기한다. 건축 강연장 등지에서 ‘집을 짓기 위해 돈이 얼마나 드나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며 ‘집과 공간’에 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건축가이자 건축에세이스트인 최준석이 펴낸 ‘집의 귓속말’에서도 집짓기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접할 수 있다. ‘처음 내 집을 지으며 생각한 것들’이라는 부제처럼 건축사가 자신의 집 ‘미생헌’(未生軒)을 직접 설계하고, 짓는 과정에서 떠올린 단상들을 모은 책이다. ‘내 집을 직접 짓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힌다.

“더는 남들이 정한 기준에 맞춰 살고 싶지 않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시세나 평수, 지역, 브랜드로 값이 매겨지고 나와 내 가족의 삶을 평가하는 일에서 벗어나, 이웃과 비교하며 살고 싶지 않은 독립적 인간으로서의 자연스러운 저항이 바로 집짓기의 동력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아파트는 주거보다 재산증식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경기 고양갑)의원은 주택구매자 10명중 3명은 실거주가 아닌 투자 수익을 목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3년간(2020~2022년) 주택자금 조달계획서 161만1204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강영환 울산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는 ‘집의 사회사’에서 “토지와 주택 등 부동산에 대한 투기는 주택을 삶의 장소가 아니라 투기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면서 도시화 과정에서 빚어진 왜곡된 주택·부동산 문제를 이렇게 분석한다.

“도시로의 인구집중은 주택수요를 야기시켰으며, 주택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토지 및 주택가격의 급등을 야기시켰다. 주택가격의 단기적 폭등과 주택정책의 미비로 주택에 대한 투기가 성행하게 되었다. 주택을 구하기 어렵고, 투기가 만연함에 따라 집에 대한 사용가치보다 교환가치가 높아지게 되었으며, 사용가치를 무시하고 교환가치를 증대하는 방향으로 집이 지어지게 되었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아파트 문제는 어떻게 보일까?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 박사는 1993년 서울을 첫 방문했을 때 병영 막사 같은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보고 충격을 받아 ‘한국은 어떻게 아파트의 나라가 되었는가’를 연구주제로 삼았다. 연구결과를 담은 ‘아파트 공화국’에서 “서울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아파트 단지들은 강력한 권위주의 정부가 재벌과 손을 잡고 급격한 성장을 추구하면서 만들어 낸 한국형 발전모델의 ‘압축적 표상’인 셈이다”면서 “한국 아파트단지가 확대 재생산 될 수 있었던 핵심은 아파트가 가격으로 평가되는 상품이 되었다는 사실이다”고 분석한다.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4평짜리 오두막. <출처: Wikimedia Commons>
◇건축 거장의 4평짜리 오두막=일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中村好文)의 ‘집을 짓다’를 비롯해 한은화 중앙일보 기자의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생활자’, 임형남·노은주 건축가 부부의 ‘집을 위한 인문학’ 등에서 공통적으로 거론하는 집이 스위스 태생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4평짜리 오두막이다. 노장이 말년에 지은 오두막은 ‘집의 초심’(初心)과도 같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월든(Walden) 호숫가에 지은 통나무집과 비슷한 크기이다.

“그 4평짜리 오두막은 세계 곳곳에 갖가지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담은 다양한 집을 설계했던 전위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용도도, 기능도, 구조도, 설비도 따지지 않고 하나부터 열까지 잘라낼 수 있는 만큼 잘라내고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인 결과로 남은, 자신의 강렬한 체취가 배어있는 ‘둥지를 짓는 본능’의 원형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거꾸로 거기서 저는, 오두막이 ‘집으로 부화’하기 직전의 꿈틀거림 같은 기운을 사무치게 느꼈지요.”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

강영환 명예교수는 ‘집의 사회사’에서 “전통사회에서 집이란 한 가족의 생활근거지이자 생활의 중심지로서, 외부세계와의 질서를 유지시켜주는 우주의 중심이라고 여겨졌다”고 말한다. 1960년대부터 도시화·산업화 사회에 급격히 접어들면서 집의 관념과 주거방식, 라이프스타일이 과거와 전혀 다르게 바뀌었다. 자연 당대는 물론 가까운 미래의 집은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집은 어떻게 변화할까?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전체가구(2092만7000 가구)의 31.7%(664만3000 가구)로 2015년에 비해 27.5%(143만2000 구) 증가했다. 또한 지난 4월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17.3%를 차지하는 ‘고령사회’이며 2025년에는 20%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가까운 미래에 1인 가구와 고령층의 증가를 비롯해 에너지자원 고갈, ‘탄소 제로’ 정책 등 여러 요인으로 집에 대한 개념도 수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미래의 집과 거주공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함께 대안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