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마리아인 법-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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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마리아인 법-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2022년 11월 02일(수) 01:00
2017년 8월 24일 밤, 식당이 즐비한 광주 시내 대로변에서 한 여성이 남성에게 30여 분간 폭행을 당했다. 남성이 여성을 쫓아가며 짓밟고 때려 전치 7주의 부상을 입히는 동안 주변에 수십 명이 있었지만 누구 하나 말리지 않고 지켜볼 뿐이었다.

2018년 7월 4일에는 광주시 북구 운암동 교차로에서 119구급차 운전자가 신호 위반 사고를 내 환자를 다치게 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응급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처벌을 놓고 논란이 일었고, 선한 사마리아인 법을 제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선한 사마리아인은 신약성서 ‘누가복음’에 나오는 이야기다.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향하던 유대인 나그네가 강도를 만나 죽을 위기에 처해 있자 지나가던 사마리아인이 도왔다는 내용이다. 동족인 유대인 제사장과 레위인은 못 본 척 지나쳤는데 유대인과 적대 관계였던 사마리아인은 나그네를 가축에 태워 주고 여관비를 대신 내줘 목숨을 구했다.

법적인 의무는 없지만 도덕적 차원에서 인간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의미로, 여기서 유래한 것이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다. 법과 도덕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강제성에 있다. 독일 법학자 예링(jhering)은 “강제성 없는 법은 타지 않는 촛불과 같다”고 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으로 사회의 중요한 가치를 법으로 규정함으로써 강제력을 부과해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자는 주장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계기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고 원인을 두고 일부 시민이 앞 사람을 고의로 밀었다는 의혹과 살기 위해 골목 안 가게로 피하려는 사람들을 가게를 지키는 이른바 ‘가드’들이 막았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선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도입한 나라가 적지 않다. 프랑스는 고의로 구조하지 않을 경우 5년 이하의 구금, 폴란드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회에서 몇 차례 도입이 논의됐지만 무산됐다. 선의로 나선 조치에 대한 면책 조항을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규정한다는 전제하에 도입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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