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
  전체메뉴
신춘문예-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
2022년 10월 31일(월) 00:15
찬바람이 불고 가을이 깊어가는 이맘때면 ‘문학병’을 앓는 이들이 있다. 바로 신춘문예 가슴앓이를 하는 문학청년들이다. 연례행사처럼 신춘문예 시즌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당선’은 일생일대의 목표다. 오죽 했으면 박범신은 ‘문학, 목매달아 죽어도 좋을 나무’라는 말로 신춘문예에 대한 간절함을 표현했을까. 오늘의 시대에도 그런 수사가 유효한지 알 수 없지만, 문학에 대한 진정성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문학담당 기자인 필자는 9월 무렵부터 신춘문예 관련 전화를 받곤 한다. 며칠 전에도 “광주일보 신춘문예 공모는 언제 하나요?”라는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조심스럽지만 간절함이 묻어나는 목소리에는 ‘등단’의 열망이 배어 있었다. 확인 차 습관적으로 문의를 해오는 문청들도 없지 않다. 대개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인데, 이분들에게 신춘문예는 참가 의의를 넘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일 터였다.

우리나라 신춘문예는 일제 강점기인 1925년 동아일보에서 최초로 시작됐다. 당시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 편집국장 주도로 진행됐다. 조선일보는 이보다 2년 뒤에 1927년에 신춘문예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년 가까운 전통의 신춘문예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을 수 없는 우리만의 문학 행사다.

그러나 오랜 전통과 권위만큼이나 신춘문예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상존한다. ‘문단 고시화’ 돼 적잖은 작가 지망생들을 문학 낭인으로 만든다는 견해가 있다. 이들은 제도를 다변화해 문단에 입문하는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전통과 운용의 묘를 살려 창작 에너지를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방향으로 견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창간 이듬해인 1953년 시작된 광주일보 신춘문예도 내년이면 70주년을 맞는다. 사시(社是) 가운데 ‘문화창달의 기수가 된다’는 대목처럼 신춘문예도 작지만 의미 있는 힘을 보태지 않았을까 싶다. 2023 광주일보 신춘문예는 오늘 공모(5면 사고)를 시작으로 닻을 올렸다. 이후 일정은 작품 접수(12월 8일 마감)와 심사 등을 거쳐 12월 중순 당선작이 결정될 예정이다. 문청들의 건투를 빈다.

/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 skypark@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