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이유-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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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이유-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2년 10월 27일(목) 00:30
입사 3년 만인 1997년 ‘IMF 사태’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월급은 반토막 났고, 갑자기 구조 조정이 시작돼 상당수 동료, 선배들이 짐을 싸야 했다. 회사 역시 건물·토지 등 부동산을 헐값에 매각해 운영 자금을 마련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국가 전반의 경기 침체, 실업난은 5년 이상 계속됐고, 중산층의 몰락과 함께 서민들의 고통은 극에 달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나 스멀스멀 세계 불경기의 바람이 불어 오고 있다. IMF는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7%로, 올해(3.2%)보다 낮춰 잡았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기준 금리를 올리고 있어 소비와 투자 수요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으며, 유럽 역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천연가스 등 에너지 대란을 겪으면서 물가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코로나 봉쇄 정책, 미국과의 마찰 등으로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나라 경제 역시 바닥을 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가장 먼저 부동산에서부터 비명이 나왔다. 터무니없는 분양가에 웃돈을 주며 어쩔 수 없이 아파트를 구입했던 소위 ‘영끌족’들이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고, 은행 돈을 빌려 도시·농어촌 곳곳에 고층 아파트를 올리고 있는 건설업체들도 향후 자금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고금리·긴축 재정은 가장 먼저, 가장 독하게 저소득층을 괴롭힐 것이다.

세계 선진국들은 대공황을 겪으면서 국가와 정치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했다. 영국·프랑스·독일·미국 등은 1846년부터 1873년까지 장기 공황을 겪으면서 철도·항만·도로 등 기반 시설을 촘촘하게 설치해 미래를 대비했다. 1929년 대공황을 맞은 미국은 1933년부터 5년간 뉴딜 정책으로 실업률 제고, 노동자 복지, 다리·공원 등 공공 사업, 예술가 지원, 부자 증세를 중심으로 한 세제 개혁을 추진해 초강대국의 기반을 닦았다.

비상 사이렌이 울리고 있는 지금, 국가 기관들은 사정 칼날을 휘두르느라 정신이 없고, 여야는 정쟁에 파묻혀 있다. 싸움 구경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다지만, 그러다가 초가삼간 태울 것 같아 걱정이다. 경제난에 대비한 대책만큼은 철저히 마련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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