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 해저드-유제관 편집담당 1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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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 해저드-유제관 편집담당 1국장
2022년 07월 29일(금) 01:00
법률은 악인이 존재한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졌지만 골프 규칙은 고의로 부정을 범하는 자가 없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는 부정행위를 하기에 골프만큼 쉬운 것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규칙을 어기고 남을 속였을 경우에는 어느 경기 보다 가장 심하게 경멸을 받는 스포츠가 바로 골프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필드에 나가면 많은 순간 남의 눈을 속이고 스스로를 속이는 부정행위의 유혹에 노출된다. 공이 곤란한 자리에 있을 때 평평한 곳으로 살짝만 옮겨놓으면 플레이하기가 훨씬 쉬운데 아무도 보지 않는 상황이 많아서다. 또한 공을 잃어버려도 주변에 로스트 볼이 있는 경우가 많다.

KLPGA ‘장타 여왕’ 윤이나 선수의 ‘오구(誤球) 플레이’ 사건이 골프계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윤이나는 지난 6월 한국여자오픈대회에서 자기 공이 아닌 로스트 볼을 치고도 모른 척 했다가 한 달 만에 부정행위를 자백했다. 그는 “선수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 성적에만 연연했던 지난날들을 되짚어 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사과했다. 문제는 10대의 어린 선수 뒤에 있는 코치와 캐디 그리고 부모 등 어른들이 현장에서 이 사실을 곧바로 알았으면서도 숨겼고, 주위에서 부정행위에 대한 압박이 계속되자 한 달 만에 실토를 했다는 점이다.

골프는 경기 진행 요원만 있을 뿐 심판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다. 그래서 볼 터치나 속칭 알까기, 마커 옮기기, 스코어 속이기 등 부정행위는 주말 골퍼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대회에서도 가끔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프로 선수가 투어 경기에서 부정행위를 하고도 모른 척 했다는 사실은 팬들에게 큰 충격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 골프계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자조 섞인 푸념과 함께 ‘성적 지상주의’에 빠진 골프계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이나에 대한 골프협회의 징계 수위에 대해 영구 제명까지 가능하다는 의견과 어린 선수의 생명을 끊는 징계는 과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골프장 안에 설치된 해저드보다 깊은 것이 ‘모럴 해저드’(도적적 해이)다. 윤이나는 부정행위라는 깊은 해저드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유제관 편집담당 1국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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