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세계엑스포대공원] 경주타워·엑스포기념관·솔거미술관 품은 ‘건축 향연장’
재일교포 건축가 유동룡, 일본 건축가 쿠마 켄고, 승효상 설계
전시·공연·체험 등 다양한 콘텐츠 갖춘 토털문화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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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일교포 건축가 유동룡(일본명 이타미 준)이 황룡사 9층목탑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한 경주타워의 야경 모습. |
불국사, 석굴암, 양동마을, 옥산서원, 월정교….
역사문화관광도시로 불리는 경주는 국내 세계문화유산 14점 가운데 4점을 품고 있는 천년고도(古都)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나 다름 없다 보니 수학여행이나 단체여행지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근래 이들 유적지 보다 MZ세대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명소가 있다. 바로 경주엑스포대공원(이하 엑스포대공원)이다. 1988년 세계 최초로 문화예술을 주제로 한 국제박람회를 계기로 탄생한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콘셉트를 자랑한다. 특히 엑스포대공원에는 한국과 일본의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물들이 자리해 전국에서 건축학도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엑스포공원 상징 ‘경주타워’
엑스포대공원은 이정표를 따라가지 않으면 자칫 길을 잃을 수 있다. 엑스포 기념관, 경주타워, 아사달 조각공원, 시간의 정원, 솔거미술관 등 주요 시설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엑스포대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하늘을 향해 우뚝 선 고층 건축물이 눈에 띈다. 황룡사 9층 목탑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경주타워’다. 55만7629㎡에 이르는 방대한 면적에도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뽐낸다. 엑스포대공원의 상징 조형물이라 불릴 만 하다. 82m 높이의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주는 경주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보문단지가 한눈에 펼쳐진다. 특히 ‘구름 위의 카페’로 불리는 전망대의 카페 선덕에서 커피를 마시며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특별한 순간을 만끽할 수 있다.
뭐니뭐니해도 경주타워의 매력은 바로 건축물, 그 자체에서 나온다. 7세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축물인 황룡사 9층탑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사실 만으로 시선을 끈다. 이같은 파격적인 구상을 한 이는 ‘이타미 준’으로 잘 알려진 재일교포 건축가 고 유동룡(1937~2011)이다. 재일동포 2세인 유 건축가는 도쿄 무사시공업대학 건축학과 출신으로 2005년 프랑스 예술훈장인 ‘슈발리에’와 200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2010년 일본 최고 권위의 건축상인 ‘무라노 도고상’을 수상한 거장이다.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제주도에 핀크스 골프클럽 하우스, 포도호텔, 방주교회를 설계했다.
경주타워는 지난 2004년 (재)문화엑스포가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상징건축물을 건립하기 위한 실시한 설계 공모전를 통해 2007년 세워졌다. 당시 공모전에 참가한 유 건축가는 ‘황룡사 9층 목탑 건립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상징 타워가 들어가도록 하라’는 경주시의 지침에 따라 신라불탑을 음각으로 투영한 설계를 제출했다. 유 건축가가 엑스포 설계 공모전에 참가한 데에는 작품을 통해 인연을 맺은 경주 출신의 한국화 거장 박대성 화백(솔거미술관 작품 기증)의 추천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지역적 특성과 건축이 위치할 공간의 조화를 추구했던 그는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타워 중심에 음각으로 새겨진 빈 공간을 통해 신라 건축문화의 상징을 표현하고 화재로 사라진 황룡사 9층 목탑의 모습을 되살리고자 했다. 그의 설계안은 우수작으로 선정돼 상금 1000만원을 받았지만 최종 당선작에는 뽑히지 못했다. 애초 당선작은 첨성대와 신라 탄생 신화에 나오는 알을 형상화해 현재 경주타워와 다른 형태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7년 8월, 유 건축가는 완공된 경주타워를 접한 제자로 부터 자신이 공모전에 출품했던 설계안과 경주타워가 유사하다는 내용을 전해 듣게 된다. 이에 유 건축가 측은 2007년 10월, 공모전에서 당선된 건축사무소를 상대로 저작권법 위반에 대해 형사소송을 제기했지만 2008년 2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났다. 이후 지루한 법정 다툼이 이어졌지만 지난 2011년 7월 대법원에서 경주타워 디자인 저작권이 유 건축가에 있다고 판결나면서 일단락 됐다. 2020년 2월 (재)문화엑스포가 유 건축가를 경주타워의 원디자인 저작권자로 대내외에 선포하면서 그의 명예를 회복시켰다.
#경주엑스포기념관
경주타워 인근에 들어선 엑스포기념관은 경주 엑스포의 역사가 고스란히 숨쉬고 있는 뜻깊은 공간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켄고가 설계한 건축물로 경주의 주상절리를 형상화 한 비탈면과 대릉원을 모티브로 한 돔이 인상적이다. 쿠마 켄고는 건물 벽면을 현무암으로 이어 붙이듯 쌓아 올렸고 경주 대릉원고 주상절리의 부드러운 곡선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지난 2020년 제8회 경주시 건축상의 공공부문 특별상을 수상해 경주엑스포대공원의 명물로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기념관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 전시홀에 꾸며진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 ‘백팔번뇌’가 시선을 잡아 끈다. 108개의 모니터를 통해 동·서양의 역사를 불교의 백팔번뇌로 표현한 것으로 8·15광복, 6·25 전쟁, 서태지와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역사적인 사건과 근대사의 중요한 인물들, 동시대의 세계역사와 문화를 함축적으로 담아냈다. 기념관 왼쪽에는 중국 출신의 작가 우디의 작품 ‘문자의 숲’이 방문객을 맞는다. ‘성덕대왕신종’에서 발췌한 문장을 25개 국가의 언어로 해석해 거울에 표현한 독특한 작품이다.
문화팩토라운지는 역대 경주엑스포의 기록을 아카이브와 아트월로 담아낸 것으로 관람객들은 행사사진과 영상 등의 기록을 검색할 수 있다. 특히 무빙 파티션을 이용한 다양한 공간 연출이 특징으로 역대 엑스포 해외 참가국들의 기념품 전기를 통해 엑스포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엑스포기념관의 또 다른 메인 공간은 기념전시실이다. 신라와 교류했던 실크로드 주요 국가들의 랜드마크를 상징하는 문을 형상화 한 ‘세계의 문’이 지난 22년간 경주엑스포의 발자취를 담은 터치스크린과 함께 꾸며져 있다. 기념전시실 천장에 설치된 유명작가 방&리의 ‘초월’은 신라의 건축물과 예술품을 소재로 제작한 움직이는 조형물이다. 세계속의 신라인과 신라속의 세계인을 기리는 작품으로 문화예술의 가치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영원하다는 의미를 역동적으로 풀어냈다.
#솔거미술관
솔거미술관은 ‘빈자의 미학’을 추구하는 건축가 승효상씨의 ‘작품’이다. 대지 4천880㎡에 건축면적 1천136㎡, 연면적 1천506㎡(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공원 안에 들어선 입지 조건을 살려 자연의 일부처럼 ‘낮은’모습으로 설계됐다. 각 전시관의 작품들을 관람하면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선 설계는 압권이다. 나무판자의 문양을 그대로 살린 벽면은 독특하다. 특히 미술관 제3전시관의 벽면을 틔워 인근의 연못 ‘아평지’를 실내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한 통유리창은 그 자체가 작품이다.
/경주=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역사문화관광도시로 불리는 경주는 국내 세계문화유산 14점 가운데 4점을 품고 있는 천년고도(古都)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나 다름 없다 보니 수학여행이나 단체여행지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근래 이들 유적지 보다 MZ세대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명소가 있다. 바로 경주엑스포대공원(이하 엑스포대공원)이다. 1988년 세계 최초로 문화예술을 주제로 한 국제박람회를 계기로 탄생한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콘셉트를 자랑한다. 특히 엑스포대공원에는 한국과 일본의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물들이 자리해 전국에서 건축학도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엑스포대공원은 이정표를 따라가지 않으면 자칫 길을 잃을 수 있다. 엑스포 기념관, 경주타워, 아사달 조각공원, 시간의 정원, 솔거미술관 등 주요 시설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엑스포대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하늘을 향해 우뚝 선 고층 건축물이 눈에 띈다. 황룡사 9층 목탑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경주타워’다. 55만7629㎡에 이르는 방대한 면적에도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뽐낸다. 엑스포대공원의 상징 조형물이라 불릴 만 하다. 82m 높이의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주는 경주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보문단지가 한눈에 펼쳐진다. 특히 ‘구름 위의 카페’로 불리는 전망대의 카페 선덕에서 커피를 마시며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특별한 순간을 만끽할 수 있다.
![]() 엑스포 기념관에 전시된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백팔번뇌’ |
지역적 특성과 건축이 위치할 공간의 조화를 추구했던 그는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타워 중심에 음각으로 새겨진 빈 공간을 통해 신라 건축문화의 상징을 표현하고 화재로 사라진 황룡사 9층 목탑의 모습을 되살리고자 했다. 그의 설계안은 우수작으로 선정돼 상금 1000만원을 받았지만 최종 당선작에는 뽑히지 못했다. 애초 당선작은 첨성대와 신라 탄생 신화에 나오는 알을 형상화해 현재 경주타워와 다른 형태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7년 8월, 유 건축가는 완공된 경주타워를 접한 제자로 부터 자신이 공모전에 출품했던 설계안과 경주타워가 유사하다는 내용을 전해 듣게 된다. 이에 유 건축가 측은 2007년 10월, 공모전에서 당선된 건축사무소를 상대로 저작권법 위반에 대해 형사소송을 제기했지만 2008년 2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났다. 이후 지루한 법정 다툼이 이어졌지만 지난 2011년 7월 대법원에서 경주타워 디자인 저작권이 유 건축가에 있다고 판결나면서 일단락 됐다. 2020년 2월 (재)문화엑스포가 유 건축가를 경주타워의 원디자인 저작권자로 대내외에 선포하면서 그의 명예를 회복시켰다.
![]() 일본 건축가 쿠마 켄고가 설계한 엑스포기념관은 경주의 주상절리를 형상화 한 작품으로 제8회 경주시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경주엑스포기념관
경주타워 인근에 들어선 엑스포기념관은 경주 엑스포의 역사가 고스란히 숨쉬고 있는 뜻깊은 공간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켄고가 설계한 건축물로 경주의 주상절리를 형상화 한 비탈면과 대릉원을 모티브로 한 돔이 인상적이다. 쿠마 켄고는 건물 벽면을 현무암으로 이어 붙이듯 쌓아 올렸고 경주 대릉원고 주상절리의 부드러운 곡선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지난 2020년 제8회 경주시 건축상의 공공부문 특별상을 수상해 경주엑스포대공원의 명물로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기념관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 전시홀에 꾸며진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 ‘백팔번뇌’가 시선을 잡아 끈다. 108개의 모니터를 통해 동·서양의 역사를 불교의 백팔번뇌로 표현한 것으로 8·15광복, 6·25 전쟁, 서태지와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역사적인 사건과 근대사의 중요한 인물들, 동시대의 세계역사와 문화를 함축적으로 담아냈다. 기념관 왼쪽에는 중국 출신의 작가 우디의 작품 ‘문자의 숲’이 방문객을 맞는다. ‘성덕대왕신종’에서 발췌한 문장을 25개 국가의 언어로 해석해 거울에 표현한 독특한 작품이다.
문화팩토라운지는 역대 경주엑스포의 기록을 아카이브와 아트월로 담아낸 것으로 관람객들은 행사사진과 영상 등의 기록을 검색할 수 있다. 특히 무빙 파티션을 이용한 다양한 공간 연출이 특징으로 역대 엑스포 해외 참가국들의 기념품 전기를 통해 엑스포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엑스포기념관의 또 다른 메인 공간은 기념전시실이다. 신라와 교류했던 실크로드 주요 국가들의 랜드마크를 상징하는 문을 형상화 한 ‘세계의 문’이 지난 22년간 경주엑스포의 발자취를 담은 터치스크린과 함께 꾸며져 있다. 기념전시실 천장에 설치된 유명작가 방&리의 ‘초월’은 신라의 건축물과 예술품을 소재로 제작한 움직이는 조형물이다. 세계속의 신라인과 신라속의 세계인을 기리는 작품으로 문화예술의 가치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영원하다는 의미를 역동적으로 풀어냈다.
![]() 스타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솔거미술관의 전시장 내부 모습. |
솔거미술관은 ‘빈자의 미학’을 추구하는 건축가 승효상씨의 ‘작품’이다. 대지 4천880㎡에 건축면적 1천136㎡, 연면적 1천506㎡(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공원 안에 들어선 입지 조건을 살려 자연의 일부처럼 ‘낮은’모습으로 설계됐다. 각 전시관의 작품들을 관람하면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선 설계는 압권이다. 나무판자의 문양을 그대로 살린 벽면은 독특하다. 특히 미술관 제3전시관의 벽면을 틔워 인근의 연못 ‘아평지’를 실내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한 통유리창은 그 자체가 작품이다.
/경주=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