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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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의미
2022년 04월 11일(월) 00:15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준장 진급자에게 장군의 상징인 ‘삼정검’(三精劍)을 직접 수여했다. 대통령이 갓 ‘별’을 단 준장(准將) 진급자에게 칼을 준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현직 대통령의 서명이 새겨진 삼정검을 국방부 장관이 준장 진급자에게 수여해 온 게 관례였다. 대통령은 그동안 중장(中將) 진급자에게만 삼정검에 수치(綬幟·끈으로 된 깃발)를 달아줬다.

삼국시대 고분에서는 왕이나 수장임을 나타내는 위세품(威勢品: 권위를 보여 주는 기물)으로 금동관, 금동상투관, 금동신발, 칼 등이 출토된다. 임영진 전 전남대 교수는 이 가운데 칼은 ‘독립된 국가의 왕이 영역 내부의 신하에게 영토 수호 의미로 수여’한 것으로 해석한다. 문 대통령이 장군들에게 삼정검을 주는 의미와 유사하다. 신라 영역에서 출토되는 삼엽문환두대도(三葉文 環頭大刀), 백제에서 만들어 왜(倭)에 건넨 칠지도(七枝刀)도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임 교수가 읽어낸 칼의 의미는 금동관, 금동상투관으로 확장된다. 정수리에 올리는 금동상투관은 영역 내부 신하뿐만 아니라 영역 외부 세력자에게도 제공되지만, 머리 주변을 감싸는 금동관은 독립 세력의 최고 지배자를 상징하는 유물이어서 결코 신하에게 하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흔히 백제 왕이 하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나주 신촌리 금동관 세트 가운데 금동관은 ‘독자 세력 사이에서 평화 공존과 협력 관계를 다지기 위한 외교적 호의품’이라고 해석한다. 이는 금동관과 칼 모두 최고 지배자가 신하에게 사여한 것이라는 종래의 해석에 선을 그은 견해다. 주로 문헌사 연구자들이 제기하는 통설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그동안 충청·전북 마한(馬韓) 지역에서 발굴된 고분과 유물은 마한 지역을 흡수 통합한 백제 중심적인 시각에서 해석돼 왔다. 백제에 의해 마지막으로 병합된 광주·전남 지역 마한 관련 유적·유물도 예외는 아니다. 고분을 비롯해 금동관과 칼 등 많은 유물이 오독돼 왔다. 오는 7월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마한사를 재정립하고 재조명하는 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윤영기 특집·체육부 부국장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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