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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3월 28일(월) 06:00
무령왕릉은 삼국시대 고분 가운데 무덤의 주인이 밝혀진 특이한 사례에 속한다.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매지권(買地券)에는 피장자가 무령왕과 왕비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고, 장례 방식과 기간이 수록돼 있다. 매지권은 무덤을 쓸 땅의 신(地神)에게 금전을 제공한다는 내용과 망자의 생몰 연대 등을 새겨 놓은 석판(石板)이다. 거기에는 무령왕이 523년 5월 7일 사망해 27개월 만에 매장됐다는 사실이 적혀 있다. 이 기간 왕은 별도의 빈소에 모셔져 있었다.

왕비 역시 526년에 사망해 무령왕과 같은 기간 빈소에서 추도 기간을 거친 뒤 매장됐다. 빈소로 추정되는 건물지는 무령왕릉 발굴 25년이 지난 1996년 공주 정지산에서 발굴됐다. 건물 기둥을 촘촘히 세우고 중심부에는 목관이 처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보조 기둥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인근에서는 얼음 보관 구덩이인 빙고(氷庫)도 발굴됐다. 빈전(殯殿)에 장기간 모신 시신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기 위한 시설로 추정됐다.

나주 정촌고분은 마한(馬韓)의 장제를 엿볼 수 있는 귀한 유적이다. 이곳에서 발굴된 금동신발이 주목받았지만 이목이 쏠린 또 다른 대상은 인골이었다. 금동신발에 있던 인골(발뒤꿈치)에서 십여 개의 파리 유체(파리번데기 껍질)가 발견된 것이다. 법의곤충학적 분석 결과 1500년 전의 파리 유체는 망자가 금동신발을 착용한 상태로 5.5~6.5일 이상 무덤에 묻히지 않았고, 그 기간 파리가 산란한 탓에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마한 지역에서도 망자가 일정 기간 빈소에 모셔졌거나 별도의 장소에서 추모되었다는 방증이다.

최근 광주에서 장례를 6일, 길게는 7일장으로 치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여파와 환절기를 맞아 고령 사망자가 늘어나 화장터가 포화상태가 된 탓이다. 광주의 화장 시설인 광주도시공사 영락공원에서는 하루 최대 36명만 화장이 가능한데 사망자가 이를 크게 웃돌고 있는 것이다. 장례 기간 연장은 유족에게 또 다른 고통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고대의 장례 기간을 생각하면 현재 고통은 순간일지 모른다. 오히려 이 기간을 고인과 이별하는 소중한 시간이 연장된 것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윤영기 특집·체육부 부국장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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