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나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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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나선형
2022년 03월 25일(금) 01:00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한참 지났지만 주변에는 아직도 텔레비전을 켜기가 싫고 신문을 보기가 두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사적 모임에서도 정치 관련 이야기는 금기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 지지한 후보가 간발의 차이로 패배한 선거 결과가 가져온 집단 트라우마로, 상실감과 허탈함을 넘어선 또 하나의 감정이 뉴스를 외면하는 상황까지 이어진 것 같다. 이들은 묻는다. “우리 사회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전하는 걸까? 아니, 애초에 사회가 발전한다는 생각 자체가 옳은 것일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공적이든 사적이든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의 사소한 선택도 있고, 미래를 결정할 운명적인 선택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 두 가지 선택 사항은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주장도 있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이를 통합해 해소하는 과정을 ‘변증법’ 이론으로 정리했다.

헤겔의 변증법은 진리에 이르기 위한 방법론인데, 대립하는 생각을 서로 부딪쳐 투쟁시킴으로써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원리다. 정(正), 반(反), 합(合)의 과정을 반복하면 진리에 닿을 수 있고 이는 우리의 삶과 역사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한다. 결국에는 양자의 모순을 극복하는 형태로 사회가 발전해 나간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사회가 꾸준히 발전한다면 어떻게 21세기 문명사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전쟁이 끊이지 않고, 기후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며, 지구촌 곳곳에 독재 정부가 탄생할까? 헤겔은 변증법 운동이 이 사회에 반영될 때는 순환하거나 일직선으로 움직이지 않고 ‘나선형’으로 발전한다고 말한다. 즉 ‘진화 발전’과 ‘복고 부활’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 체제는 한 자리에 정체되거나 오히려 퇴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한 번의 선거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사회는 꾸준히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말에 희망을 가져 보자. /유제관 편집담당 1국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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