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매(探梅) 여행
요즘 젊은이들이야 봄꽃하면 벚꽃을 떠올리지만 예부터 봄꽃의 대명사는 매화다. 추운 겨울을 이기고 이맘때쯤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는 봄의 전령사다. 선비들이 좋아한 사군자인 ‘매난국죽’(梅蘭菊竹)은 각기 계절을 대표하는데 봄을 상징하는 매화가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남대 교정에 있는 대명매(大明梅)가 활짝 피어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대명매는 1621년 월봉 고부천 선생이 명나라에 갔을 때 희종 황제로부터 홍매 화분을 받아와 고향인 담양에 심어 길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나무를 월봉의 11대 손 고재천 농과대 학장이 1961년 전남대에 기증한 후 1976년부터 대강당 옆 민주마루를 지키고 있다. ‘호남 5매’의 하나로 5·18의 주역인 전남대 학생들의 기개를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한국의 4대 매화 가운데 세 곳도 전남에 있다. 순천 선암사에는 원통전 뒤편 수령 620년의 백매화와 각황전 돌담길의 홍매화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특히 각황전 담장을 따라 늘어선 매화는 30여 그루의 홍매·백매·청매가 한데 어우러져 피어 탐매 여행의 성지로 불릴만 하다. 장성 백양사 고불매는 수령 350년으로 홍매화다. 우화루 옆 향적전의 담장을 끼고 가지를 틀었는데 고부라진 가지 사이로 고개를 내민 매화의 자태와 짙은 향기가 정신을 아득하게 한다.
구례 화엄사 길상암 연못 앞에 있는 화엄매도 천연기념물로, 접목하지 않고 사람이나 동물이 먹고 버린 씨앗이 자연 속에서 움터서 자란 ‘들매’다. 생존하기가 쉽지 않은 귀한 매화인데도 화엄사 경내에 있지 않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각황전 앞에 있는 홍매화가 더 유명하다. 이 매화는 붉다 못해 검다 하여 ‘흑매’라고 불릴 정도로 강렬한 색깔이 인상적이다. 단청을 입히지 않은 각황전의 수수한 모습과 홍매화의 화려함이 잘 어우러져 사진작가들의 최애 포인트다.
문화재청은 선암매와 화엄매의 개화 시기를 지난 20일, 고불매는 25일로 예상했다. 탐매 여행을 즐겼던 선비들은 한 계절에 명품 매화를 모두 감상하는 것을 최고의 행운으로 여겼다. 아마도 이번 주말이 그런 행운을 잡을 기회가 아닐까 싶다.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bungy@kwangju.co.kr
전남대 교정에 있는 대명매(大明梅)가 활짝 피어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대명매는 1621년 월봉 고부천 선생이 명나라에 갔을 때 희종 황제로부터 홍매 화분을 받아와 고향인 담양에 심어 길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나무를 월봉의 11대 손 고재천 농과대 학장이 1961년 전남대에 기증한 후 1976년부터 대강당 옆 민주마루를 지키고 있다. ‘호남 5매’의 하나로 5·18의 주역인 전남대 학생들의 기개를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재청은 선암매와 화엄매의 개화 시기를 지난 20일, 고불매는 25일로 예상했다. 탐매 여행을 즐겼던 선비들은 한 계절에 명품 매화를 모두 감상하는 것을 최고의 행운으로 여겼다. 아마도 이번 주말이 그런 행운을 잡을 기회가 아닐까 싶다.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