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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동의 선택
2021년 10월 14일(목) 01:30
요즘 광주에서 올라가고 있는 건물은 모두 아파트다. 천편일률적으로 높고 네모반듯한 디자인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브랜드건 지역 브랜드건, 아파트 외관은 비슷비슷하다. 건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늘어만 가는 잿빛 건물에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문화도시라는 광주에 반문화적인 건물만 가득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경관은 모두의 자산이다. 유럽의 도시는 구도심 건축물을 유지·개선할 수 있을 뿐 건물주 마음대로 외관 디자인을 바꿀 수는 없다. 미국 뉴욕에서도 오래된 건축물은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를 받아 외관을 정비하는 정도만 할 수 있다. 건축물 하나하나가 도로·공원 등과 어울려 도시 전반의 모습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개개 건축물의 디자인 역시 중시하는 것이다.

광주는 어떠한가. 오래된 건축물이든 역사적인 공간이든 그저 밀어 버린다. 디자인이라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아파트들만 죽죽 늘어선다. 어느새 시내 어디에서도 무등산을 볼 수가 없게 됐다. 도로 어디를 달려도 아파트의 꼭대기와 벽면만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건설업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시스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명 브랜드 건설업체들도 광주에서만은 그저 수익을 최대한 뽑아내는 것에 혈안이 된다. 디자인에 대한 투자는 없고 찍어 낸 듯한 판박이 아파트만 짓고 있는 것이다. 주변과의 조화나 공존, 아름다운 디자인, 입주민 및 인근 주민 삶의 질 향상 등은 안중에도 없다.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최근 광주시가 구성한 경관위원회가 이제까지와는 달리 중요한 결정을 내려 주목을 받고 있다. 광주 북구 북동 일대를 모두 철거하고 39층 24개동 2800여 가구 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려는 계획에 대해 처음으로 반려 조치를 취한 것이다. 북동 원주민들이 이 같은 고층 개발을 반대하고, 시민단체 등도 여기에 가세하자 광주시 경관위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며, 명확한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광주시 경관위는 각종 개발 계획에 대해 사업성이 아니라 광주 경관에 보탬이 되는 것인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경관은 도시 정체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