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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
2021년 09월 08일(수) 03:00
17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인들은 ‘모든 백조는 흰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고정관념은 1697년 영국인 박물학자 존 레이섬이 호주의 한 호수에서 검은색 백조(블랙 스완)를 처음 발견해 학계에 보고하면서 깨졌다. 그 후 블랙 스완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에서 실제 발생하는 것’을 가리키는 은유적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1877년 초연된 차이코프스키의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에 블랙 스완이 등장하는 것도 블랙 스완이 상상이 아닌 현실의 존재로 확인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백조의 호수에 등장하는 블랙 스완 ‘오딜’은 화이트 스완 ‘오데트’의 연적(戀敵)이며 고혹적인 매력으로 지그프리트 왕자를 유혹하는 악역이다.

블랙 스완은 월가의 투자 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2007년 자신의 저서에서 사용하면서 경제용어로도 일반화됐다. 탈레브는 블랙 스완을 발생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대공황이나 9·11테러를 블랙 스완의 사례로 소개하면서 ‘0.1%의 가능성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말과 함께 최악의 파국이 월가를 덮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블랙 스완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

엊그제 블랙 스완 한 마리가 중국 정치의 상징인 톈안먼(天安門) 광장을 배회하다 사라졌는데, 이를 두고 대륙에서는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양이다. 중국 관영 매체는 인근 공원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하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이 수차례 블랙 스완을 언급한 터라 묘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시 주석은 2019년 1월에 이어 올해 1월에도 주변 환경이 복잡하고 민감하다면서 블랙 스완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은 지금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고, 시 주석은 장기 집권을 위해 공동 번영을 명분으로 국민들의 생활과 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블랙 스완은 소리 없이 현실화될 수 있다. 다음 주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도 블랙 스완을 경계하기 위한 행보가 아닐까.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