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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존중 없는 잔혹한 사회
2021년 01월 22일(금) 00:00
김용하 전 광주시인협회 회장, 광주지검 형사사건 조정위원
근래 16개월 된 아동 정인이의 학대 사망사건이 국민의 큰 슬픔과 분노를 자아냈다. 아직 의사 표현도 못하는 천진난만한 아이를 잘 기르겠다고 입양하여, 온 몸에 상상도 못 할 정도의 상해를 입히고, 학대하여 죽음으로 내 몬 사건이 국민적 분노를 유발한 것이다. 법정에서 양부모의 학대의 정황과 죄과가 명백히 밝혀지겠지만, 여리디 여린 새싹 같은 어린 생명에게 온몸의 뼈가 부스러지고 내부 장기들이 파열될 정도의 상해를 입혔고, 단 한 번의 우발적 학대가 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 이루어진 정황과 그 결과에 별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듯한 태도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그들 부부가 자기들이 낳은 아이도 있고, 자신들의 성장 과정이나 현재의 위치도 부족함이 없는 상황인데, 어찌 이런 가히 엽기적일 정도의 잔인한 일을 버젓이 행할 수가 있는가 하는 점에서 그 배경이 궁금하고 안타깝다.

비단 이 사건뿐만 아니라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2018년부터 2년간 어른들에 의한 학대로 숨진 아이가 70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의 극단적 선택이 쉬지 않고 일어나고 있으며, 잔혹 범죄나 사체 절단 살인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엽기적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 사회를 경악하게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암울한 사회상과 분열·대립의 정치, 어려운 경제를 감안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볼 때 사회경제적 여건이 크게 향상되어 복지 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오히려 극단적인 행동이 증가하는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이나 극단적인 선택, 엽기적인 사건 사이에는 별로 연관관계가 없는 별개의 사건인 것 같지만 그 근본 뿌리는 같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고도의 과학문명 발달과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빚어진 인간성의 상실 및 생명 경시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사회적 불평등이나 인간관계에서의 소외, 광범위하고 급속도의 파급력을 가진 SNS상에서 벌어지는 집단 이기주의 등에서 상처를 입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서정성 등 인간성의 결여에서 우발적인 충동을 감내하지 못하고 일어나는 사회 풍조가 아닌가 한다.

이러한 생명 경시의 풍조를 바로 잡으려면 국가와 사회적인 노력으로 인권 존중 의식을 길러야 한다. 인권이란 모든 개인에게 보편적으로 부여된 광범위한 가치로서, 법이나 제도 이전에 생명에 대한 외경심(畏敬心)이 전제되어야 한다.

인권의 개념은 헬레니즘 시대의 스토아 학파의 자연법 사상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인권이 보편적인 사회적 요구로 받아들여진 것은 르네상스기부터 17세기에 이르는 시기였다. 토마스 아퀴나스·그로티우스의 저술과 마그나 카르타, 영국의 권리장전 등은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고유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천부인권(天賦人權) 사상을 반영하고 있다. 인권의 보장은 프랑스 혁명의 인권선언, 미국의 헌법 등 여러 역사적인 문헌에 나타나 있고 유엔에서도 명시하고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행위, 인간의 자유스러운 삶과 사상, 감정을 속박하거나 육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는 자유의지에 의해 근절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언필칭 인권을 강조하고 하고 있지만 법적 제도적 장치에만 신경을 쓰고, 정작 정서적 안정과 내면적 가치관의 정립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인 인권 존중 의식 확산과 이를 실천하는 생명 존중 교육을 어려서부터 실시하여 가치를 내면화하고, 이를 삶 속에서 행동으로 표출하도록 유도하는 노력과 사회 분위기 조성이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