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군공항 이전, 합의 이후가 더 중요하다 - 용홍근 예비역 공군중령·전 공군 제1전투비행단 공보정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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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군공항 이전, 합의 이후가 더 중요하다 - 용홍근 예비역 공군중령·전 공군 제1전투비행단 공보정훈실장
2025년 12월 30일(화) 00:00
광주 군 공항이 무안으로 이전하고 무안국제공항이 호남 거점 공항인 가칭 ‘김대중 국제공항’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마련됐다. 여러 가지 이유와 사정으로 20년 가까이 표류하던 광주 민·군 공항 통합 이전 사업이 지난 6월 광주·전남 타운홀 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가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것을 시작으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국가 주도의 확실한 해결 의지가 주민들에게 신뢰를 주면서 불신과 불안이 많았던 여론이 안정과 기대감으로 바뀌자 대통령실 주도로 전격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분명 환영할 만하다. 지역 간 갈등으로 얽혀 있던 현안을 협력과 상생의 틀로 풀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합의는 출발점일 뿐이며 이전을 위한 로드맵에 따라 세부 일정을 확정하여 내실있게 추진해야 한다. 어쩌면 이전을 위한 지난 20여년의 시간과 비슷한 시간이 이전에 소요 될 수도 있다. 무안공항은 현재 순수 민간공항이다. 특히 군 공항에 더하여 국내선과 국제선 기능까지 수용하는 공항을 조성한다는 것은 단순 이전이 아니라 사실상 공항을 새로이 만드는 수준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선 2000명 이상에 달하는 장병이 근무할 수 있는 수백 동의 병영·주거·업무 시설이 필요하다. 단순히 건물 몇 채를 지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내실있는 계획을 시작으로 설계부터 시공 그리고 완공까지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다. 아울러 군 비행장 특성상 군용 항공기를 보호하기 위한 수십 개의 이글루(격납고) 건설을 위한 고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국내선은 물론 국제공항의 역할을 하기 위한 항공기 주기장, 계류장, 터미널 확충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완벽한 상태에서 국제공항으로 기능을 할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여건은 그리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욕심 같아서는 활주로도 하나 더 만들고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의 영역을 완전히 나눌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더 없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점에 직면하고 있어 안타깝다.

단순히 제기되는 몇 가지 현안 문제만을 가지고도 현재 무안공항의 면적으로는 군·민 시설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결국 대규모 토지 수용과 함께 반대하고 있는 50% 가량의 주민 설득이라는 또 다른 난제를 마주하게 되는데 여러 기관의 현명한 대처와 해결이 필요하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선제적으로 무안 지원을 위해 1조 원 규모의 재정 투입과 국가산단 지정, 항공 MRO 산업 육성, 농업 AX 플랫폼 구축 등을 약속한 것은 긍정적이다. 호남지방항공청 신설과 공항 명칭 변경 검토 역시 무안공항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무안군이 발전하고 무한 경제력 창출로 주민들의 삶이 윤택하게 변하게 되는 과정이 된다.

이러한 청사진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계별 이행 계획과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시간이다. 광주공항 국내선은 호남고속철도 2단계 개통에 맞춰 이전 시점이 제시됐지만 군 공항 이전은 ‘신속 추진‘이라는 원론적 표현에 머물러 있다. 주민투표, 특별법 개정, 예산 확보, 설계와 시공까지 고려하면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성급한 낙관은 또 다른 지연과 갈등을 낳을 수 있다.

광주 군 공항 이전은 광주에는 새로운 성장 공간을, 무안에는 공항 도시로의 도약 기회를 제공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광주와 무안 모두 상생할 수 있다. 지역발전, 공항 활성화, 이전에 따른 경제적 보상, 인구증가 기대, 토지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생각하며 고민 끝에 군 공항 이전에 동의하고 있는 지역 주민과 정부를 비롯한 지자체의 통 큰 합의가 더욱 빛나기 위해서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에서 성패가 갈린다.

이전을 위한 위대한 첫 씨 뿌림이 포도처럼 알알이 열매 맺기 위해서는 긴 호흡과 함께 냉정한 현실 인식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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