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특별시 특별법 ‘파격’ 대신 ‘현실’ 택했다
수정안서 양도세 20% 이양 등 수치 삭제…보통교부세 보정으로 선회
문체부·농협중앙회 이전 기관 명시도 제외…정부 거부감 최소화 전략
목포대·순천대 통합 의대 설립 조항도 삭제…알맹이 빠졌다는 우려도
문체부·농협중앙회 이전 기관 명시도 제외…정부 거부감 최소화 전략
목포대·순천대 통합 의대 설립 조항도 삭제…알맹이 빠졌다는 우려도
![]() 더불어민주당 천준호(가운데)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전용기(왼쪽) 원내소통수석부대표, 백승아 원내대변인이 지난 30일 국회 의안과에 전남광주통합특별법안과 충남대전통합특별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
광주시와 전남도가 행정통합을 위한 법적 기틀인 특별법안을 마련하며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흔적이 역력하다.
지난 1월 28일 마련됐던 ‘전남광주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하 수정안)’이 지자체의 희망 사항을 최대치로 담은 ‘이상적 청구서’였다면, 최종 입법 발의 단계에 오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하 발의안)’은 국회 통과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현실적 타협안’으로 분석된다.
명칭부터 변경됐다. 당초 ‘전남광주특별시’에서 두 광역단체의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강조하는 ‘통합’이라는 단어를 추가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로 확정했다.
하지만 법안의 핵심인 재정 특례와 공공기관 이전 조항에서 구체적인 수치와 명칭이 대거 삭제되거나 완화돼,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실질적인 권한 확보가 과제로 남게 됐다.
◇구체적 ‘세수 확보’에서 포괄적 ‘보정률’로…재정 특례 대폭 후퇴=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돈줄, 즉 재정 지원 방식의 변경이다.
수정안은 광주시와 전남도가 꿈꾸던 재정 분권의 청사진이 담겨 있었다. 당시 초안 제41조는 통합경제지원금 명목으로 관할 구역 내 징수되는 양도소득세의 20%, 부가가치세의 2.2%, 법인세의 2.2%를 떼어내어 통합특별시에 귀속시켜야 한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못 박았다.
또한 제43조에서는 내국세 총액의 1.2%에서 1.3%를 정률로 지원해달라는 ‘통합특별교부금’ 조항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종 마련된 발의안에서는 이 같은 ‘숫자’들이 모두 사라졌다. 정부가 받아들이기 힘든 국세의 직접 이양 방식 대신, 보통교부세 산정 시 기준재정수요액을 보정하는 방식(차액의 25% 가산 등)으로 변경됐다.
이는 제주특별자치도나 강원특별자치도 등 타 특별자치시도가 적용받는 일반적인 특례 방식으로, 재정 확보의 강제성과 규모 면에서 수정안보다 크게 후퇴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의 반대를 우려해 파격 대신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체부·농협’ 콕 집었던 조항 삭제…유치 전략 수정=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유치 전략도 ‘정공법’에서 ‘우회로’로 변경됐다.
당초 수정안 작성 과정에서는 지역 균형발전과 특화 산업 육성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같은 특정 중앙부처와 농협중앙회 등 파급력이 큰 공공기관을 법안에 명시하여 이전을 못 박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는 광주·전남의 강한 유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발의안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나 농협중앙회와 같은 구체적인 기관명이 전면 삭제됐다. 특정 기관을 법률로 명시할 경우 해당 기관 노조의 반발은 물론,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 시비로 인해 법안 심사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탓이다.
대신 공공기관 유치 시 ‘우선 배정’ 및 ‘2배 우대’ 조항은 유지했다. 실리를 챙기면서도 정부의 재량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피해 가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타깃이 사라짐에 따라 향후 유치 경쟁에서 정부를 압박할 법적 명분은 다소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목포대·순천대 통합의대’ 삭제… 뇌관 제거=지역 내 최대 갈등 요소이자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난색을 표할 수 있는 국립의과대학 설립 조항도 손질됐다. 수정안 제348조는 “국립목포대·국립순천대 통합대학교 국립의과대학”을 설치하고 동·서부에 부속병원을 둔다고 명시해 의대 설립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법안에 담았다.
그러나 발의안에서는 이 조항이 삭제됐다. 대신 제330조 등을 통해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이라는 포괄적인 문구만 남겨뒀다.
의대 신설 문제를 법안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경우, 의정 갈등 상황과 맞물려 법안 통과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단 법안을 통과시킨 뒤 추후 과제로 넘기겠다는 의도지만, 지역민들의 숙원인 의대 유치에 대한 확약이 빠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개발 속도전 의지는 유지=여러 후퇴 속에서도 개발 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는 살아남았다.
두 법안 모두 행정통합과 관련된 대규모 사업에 대해 “법 시행 후 10년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라는 강력한 특례 조항을 유지했다. 이는 통합특별시 출범 초기, 인프라 구축과 대형 프로젝트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는 변함없음을 보여준다.
종합해보면, 수정안이 광주시와 전남도가 그리는 ‘이상향’이었다면, 발의안은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한 ‘현실적 전술서’다. 국세 20% 이양이나 특정 부처 이전 명시와 같은 파격적인 요구는 중앙정부의 높은 벽 앞에서 삭제되거나 수정됐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번 법안 변경에 대해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기 위해 몸집을 줄이고 가시를 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향후 시행령 제정이나 구체적인 협의 과정에서 삭제된 재정 지원과 기관 유치 내용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되살려낼 수 있을지가 통합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지난 1월 28일 마련됐던 ‘전남광주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하 수정안)’이 지자체의 희망 사항을 최대치로 담은 ‘이상적 청구서’였다면, 최종 입법 발의 단계에 오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하 발의안)’은 국회 통과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현실적 타협안’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법안의 핵심인 재정 특례와 공공기관 이전 조항에서 구체적인 수치와 명칭이 대거 삭제되거나 완화돼,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실질적인 권한 확보가 과제로 남게 됐다.
◇구체적 ‘세수 확보’에서 포괄적 ‘보정률’로…재정 특례 대폭 후퇴=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돈줄, 즉 재정 지원 방식의 변경이다.
또한 제43조에서는 내국세 총액의 1.2%에서 1.3%를 정률로 지원해달라는 ‘통합특별교부금’ 조항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종 마련된 발의안에서는 이 같은 ‘숫자’들이 모두 사라졌다. 정부가 받아들이기 힘든 국세의 직접 이양 방식 대신, 보통교부세 산정 시 기준재정수요액을 보정하는 방식(차액의 25% 가산 등)으로 변경됐다.
이는 제주특별자치도나 강원특별자치도 등 타 특별자치시도가 적용받는 일반적인 특례 방식으로, 재정 확보의 강제성과 규모 면에서 수정안보다 크게 후퇴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의 반대를 우려해 파격 대신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체부·농협’ 콕 집었던 조항 삭제…유치 전략 수정=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유치 전략도 ‘정공법’에서 ‘우회로’로 변경됐다.
당초 수정안 작성 과정에서는 지역 균형발전과 특화 산업 육성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같은 특정 중앙부처와 농협중앙회 등 파급력이 큰 공공기관을 법안에 명시하여 이전을 못 박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는 광주·전남의 강한 유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발의안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나 농협중앙회와 같은 구체적인 기관명이 전면 삭제됐다. 특정 기관을 법률로 명시할 경우 해당 기관 노조의 반발은 물론,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 시비로 인해 법안 심사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탓이다.
대신 공공기관 유치 시 ‘우선 배정’ 및 ‘2배 우대’ 조항은 유지했다. 실리를 챙기면서도 정부의 재량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피해 가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타깃이 사라짐에 따라 향후 유치 경쟁에서 정부를 압박할 법적 명분은 다소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목포대·순천대 통합의대’ 삭제… 뇌관 제거=지역 내 최대 갈등 요소이자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난색을 표할 수 있는 국립의과대학 설립 조항도 손질됐다. 수정안 제348조는 “국립목포대·국립순천대 통합대학교 국립의과대학”을 설치하고 동·서부에 부속병원을 둔다고 명시해 의대 설립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법안에 담았다.
그러나 발의안에서는 이 조항이 삭제됐다. 대신 제330조 등을 통해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이라는 포괄적인 문구만 남겨뒀다.
의대 신설 문제를 법안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경우, 의정 갈등 상황과 맞물려 법안 통과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단 법안을 통과시킨 뒤 추후 과제로 넘기겠다는 의도지만, 지역민들의 숙원인 의대 유치에 대한 확약이 빠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개발 속도전 의지는 유지=여러 후퇴 속에서도 개발 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는 살아남았다.
두 법안 모두 행정통합과 관련된 대규모 사업에 대해 “법 시행 후 10년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라는 강력한 특례 조항을 유지했다. 이는 통합특별시 출범 초기, 인프라 구축과 대형 프로젝트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는 변함없음을 보여준다.
종합해보면, 수정안이 광주시와 전남도가 그리는 ‘이상향’이었다면, 발의안은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한 ‘현실적 전술서’다. 국세 20% 이양이나 특정 부처 이전 명시와 같은 파격적인 요구는 중앙정부의 높은 벽 앞에서 삭제되거나 수정됐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번 법안 변경에 대해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기 위해 몸집을 줄이고 가시를 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향후 시행령 제정이나 구체적인 협의 과정에서 삭제된 재정 지원과 기관 유치 내용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되살려낼 수 있을지가 통합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