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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UFO 도심 착륙 …‘디자인 미래’ 세계로 발신
(15)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 설계… 비정형 곡선 통해 도시 역동성 표현
뉴욕타임즈 ‘가 볼만한 건축물’ 선정… 간송문화전 등 182개 전시 457건 이벤트
미디어아트 ‘서울라이트쇼’로 존재감 발산… 개관 6년만에 서울시 랜드마크로
2021년 01월 11일(월) 10:00
이라크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故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DDP는 일각에서 개관 초기 정체불명의 우주선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독특한 외관과 주변과의 조화성으로 국내외 건축계로부터 뛰어난 건축물로 찬사를 받고 있다. < 사진제공=서울디자인재단>
지난해 12월 중순, 서울 지하철 동대문역사공원 역에서 나오자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치 공상과학(SF)영화에 등장하는 거대한 우주선이 도심 한복판에 비상 착륙한 듯 했다. 다름아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다. DDP가 서울 도심에 불시착(?)한 건 지난 2014년 3월. 서울시가 지난 2009년 역사속으로 사라진 동대문 운동장 부지에 ‘21세기 디자인의 발신지’를 짓는 5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동대문 운동장은 일제가 동대문 옆 성터에 경성운동장이란 이름으로 건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체육시설로, 잠실종합운동장에 ‘자리’를 내주기전 까지 크고 작은 스포츠 대회가 열렸던 곳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시설의 노후화로 폐쇄돼 한동안 임시주차장과 풍물시장으로 이용되면서 활용방안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옛 동대문 운동장에 숨을 불어넣은 이는 이라크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였다. 지난 2004년 여성으로는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그는 2007년 서울시가 국내외 최고건축가 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공모에서 당선자로 최종 선정됐다.

당시 자하 하디드가 프리젠테이션에서 제시한 설계안은 ‘환유의 풍경’. 물결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DDP의 외관은 곧 언덕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의 환유다. 건축가는 동대문이 지닌 역동성에 주목해 곡선과 곡면, 사면 등으로 이음새 없는 연속적인 공간에 건축물의 미래 가치와 비전을 담아냈다.

이런 DDP의 청사진은 스케일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하 3층, 지상 4층에 연면적 8만6574㎡ 규모의 건물은 일정한 형태를 지니지 않은 비정형 건축물로는 세계 최대 크기다. 여기에 들어간 총 사업비는 4840억 원(건립비 4212억 원, 운영준비비 628억 원). 건물의 외관에 사용된 알루미늄 패널만 4만5000여 장에 달한다.

곡선으로 설계된 순백의 DDP 내부 모습.
DDP의 건축적 특징은 형태적 독창성과 주변과의 조화에 있다. DDP 건축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지형이자 인공적인 풍경으로 곡선모양에 지붕이 잔디로 덮여 있다. 일반적인 건물과 달리 층수의 기념이 없고 수직과 수평 대신 곡선과 좌표를 중심으로 설계·시공된 게 이색적이다. 이 때문에 DDP 내부는 미로처럼 느껴진다. 특히 내부에 기둥이 없는 건 DDP만의 독특한 색깔이다. 배움터 내 디자인박물관의 5개 기둥을 제외하면 실내에서 기붕을 찾아 보기 힘들다다.

그럼에도 DDP는 개관과 동시에 적잖은 수모를 겪었다. 수만개의 알루미늄 패널로 뒤덮인 외관은 ‘정체성이 모호한’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등 서울의 역사를 무시한 전위적인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특히 5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두고 혈세낭비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자하 하디드는 개관을 앞두고 가진 국내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어버니즘(Urbanism·도시주의)라는 개념으로 적극 해명했다. “세계 도시들은 변화하고 있다. 자동차 발명 이후 도시의 모습이 변했던 것처럼 도시의 성장과 특성을 건축에도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건물을 짓는 데만 열중할 게 아니라 (이런 시대)변화의 특징을 살려내야 한다.”

이같은 건축가의 철학이 통했을까. DDP는 개관 6년 만에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DDP의 관리·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디자인재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이 곳을 다녀 간 관람객 수가 4천2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개관전인 ‘간송문화전’을 필두로 182개 전시와 457건의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등 독특한 장소성을 활용한 색깔 있는 프로그램들이 이어졌다. 또한 지난 2015년 뉴욕 타임즈는 세계 52개 도시의 명소들을 소개한 기획 기사(List of 52 must-see travel destinations for 2015)에서 DDP를 ‘한번쯤 가볼만한 아름다운 건축물’로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DDP 프로젝트 이후 국제 건축계에서 승승장구하던 자하 하디드는 지난 2016년 3월 31일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숨졌다. 그는 세상을 뜨기 이틀전 건축사무소 홈페이지에 ‘DDP에 방문객이 1700만 명 다녀갔다’는 소식을 올렸다. 그에게 DDP는 아주 특별한 작품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DDP의 배움터에 자리한 디자인스토어 모습
DDP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게 된 데에는 알림터, 배움터 등 차별화된 5개의 공간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알림터는 ‘PLUG & PLAY’ 개념의 트렌드 산업 발신지로 런칭쇼, 패션쇼, 시사회, 영화 등 다양한 행사장의 쇼케이스 역할을 한다. 배움터에는 세계의 디자인 트렌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디자인 박물관이 들어서 있고, 살림터는 마켓과 전시, 교육,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디자인숍으로 구성돼 있다. 건물 밖에는 시민들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어울림 광장이 자리하고 있고, 건물 뒷편으로 가면 서울의 살아 있는 역사가 깃들어 있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만날 수 있다.

특히 DDP의 진가가 알려지게 된 건 ‘2019 서울 라이트(Light)’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행사가 열리지 않았지만 2019년 첫선을 보인 서울라이트쇼는 미디어아트를 통해 DDP의 매력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무엇보다 DDP가 디자인의 허브가 된 건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라는 브랜드 덕분이다. 지난 2010년 서울시는 디자인 분야에선 국내 최초이자 부에노스아이레스, 베를린, 몬트리올, 나고야, 상하이에 이어 세계 8번째로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거뒀다. 서울시는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 네트워크(UCCN)에 가입한 이후 공공시설과 사업, 국내외 홍보물 등에 유네스코 명칭과 로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서울=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