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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거부
2020년 10월 30일(금) 00:00
우리는 대부분 병역 의무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병역은 헌법이 정한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데, 국가 존립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신성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하지만 진정 신성하다고까지 믿는 이는 얼마나 될까?

납세도 국민의 의무지만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탈세를 하는 이들이 많고, 병역 또한 가능하면 피하려고 하다 보니 아직도 비리가 여전하다. 본인 또는 아들의 병역 비리에 발목이 잡혀 망신살을 넘어 패가에 이른 정치인과 사회 지도층, 연예인들이 그동안 얼마였던가.

그렇게도 ‘신성한 병역’이 부담스럽기는 서민들도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아들들은 입대하자마자 휴대전화에 전역일 계산 앱을 깔고, 군 생활이 얼마 남았는지 세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상당수 청년들은 육군보다 육체적으로 편하다는 공군이나 해군에 들어가기 위해 헌혈을 하고 한국사능력시험 점수를 취득하는 등 입대 스펙까지 쌓고 있다. 심지어 자유를 억압받는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은 군 생활을 허송세월이나 인생 최악의 시기로 여기기도 한다.

군 입대를 꺼리는 것은 수백 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 병역 제도는 양인(良人) 개병제로 천민·노비를 제외한 양반·상인·농민 등 모두가 병역 대상이었다. 하지만 명종 때는 절에 들어가 중이 되면 병역을 면해 주었기 때문에 승려 신분증인 도첩을 사들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자연히 절의 수도 수천 개나 늘어났다고 한다. 재력 있는 양반이나 상인들이 돈을 주고 노비를 사서 대신 군역을 지도록 하는 대립제가 생기기도 했다. 이 제도가 성행하자 나중에는 합법적으로 포를 주고 군역을 면제받는(방군수포제) 사람들마저 생겼다. 이런 가운데 돈이 없는 사람들은 군대를 피하기 위해 권세가의 노비로 들어가거나 정처 없이 떠도는 부랑인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번 주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 63명이 교도소에서 병역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이들은 오랜 세월 병역 기피자로 처벌받거나 사회의 냉대를 받아 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새롭게 신설된 36개월의 대체복무를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다양성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