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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사과 : 태풍에 상처 입은 사과도 깎아 먹으니 달콤
2020년 09월 24일(목) 00:00
카미유 피사로 작 ‘사과 따는 사람들’
최첨단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가 체감하는 날씨는 아직까지도 농경시대 절기에 맞춰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8월의 경우 한창 무더워야 할 날씨임에도 선선했던 이유가 음력으로 6월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올해는 윤년이면서 윤달이 들어있는 해이기도 했던 까닭이다. 일상생활은 양력이 지배하지만 우리의 의식과 문화는 여전히 달의 주기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가오는 추석 역시 음력으로 날짜를 헤아려야 해서 새삼 윤일과 윤월, 윤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올해 추석은 코로나19와 잇따른 태풍 피해로 여느 해와는 달리 마음 써야할 것도 많아 보인다. 얼마 전 태풍에 상처 입어 흠결이 있는 사과를 지인의 부탁으로 구입한 적이 있는데 멍든 사과도 깎아먹으니 그런대로 달콤했다.

카미유 피사로(1830~1903)의 ‘사과 따는 사람들’(1888년 작)은 지금 우리 현실에서 보면 참 한가롭게 보이는 작품이다. 전원을 배경으로 사과나무 한그 루가 있는데 아들일 것으로 보이는 청년이 장대로 사과를 흔들어 따고 땅에 떨어진 사과를 주워 바구니에 담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이 무척 정겹게 보인다.

얼마나 열심히 사과를 땄던지 커다란 광주리 세 개에는 사과가 벌써 가득 차있고 그러고도 사과나무 밑에 탐스런 사과가 떨어져 널려 있다. 아들의 어머니일까? 오른편 아낙은 두 손을 나발모양으로 모아 어디에 더 영근 사과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듯하다.

인상주의의 창시자로 여겨질 만큼 인상주의 사조에서 중요한 화가였던 피사로는 세잔과 고갱이 스승이라 부를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던 작가. 후배화가들에게는 여러 조언을 하면서도 스스로는 조르주 쇠라와 폴 시냐크의 점묘법 등의 과학적 인상주의를 수용하기도 하는등 다양한 화풍을 보여주었다. ‘사과 따는 사람’ 역시 쇠라에게서 새로운 이론을 접하고 점묘법으로 그린 작품이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