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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나이 듦’
2020년 09월 22일(화) 00:00
여든네 살 어머니와 마흔아홉 살 아들이 함께 길을 떠난다. 모자의 여정은 순례하듯 바이칼 호수, 몽골 초원, 고비사막, 파미르 하이웨이, 티베트 카일라스산으로 이어진다. 어머니는 발걸음이 닫는 그 어느 곳에서도 기도와 일기를 빠뜨리지 않는다. 티베트 불교 성지인 카일라스산(해발 6714m) 트레킹 막바지에서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은 어머니는, 순례길의 정점에서 여든네 살 생일을 맞는다.

영화감독인 아들은 그런 어머니의 순례길을 동행하며 빠짐없이 카메라에 담는다. 얼마 전에 다큐영화 ‘카일라스 가는 길’(감독 정형민)을 보았다. 이 영화는 나이 듦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80대 어머니는 사막이나 고원 등 가는 곳마다 처음 겪는 ‘도전’이고 ‘모험’이지만 늘 명랑하고 긍정적이다. 기도와 맨손체조를 거르지 않으며 힘든 여정 속에서도 일기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할망구’라고 적기도 한다. 영상미가 돋보이는 이 영화에 여든 넘은 어머니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든다.

한 관객은 이런 댓글을 달았다. “비바람을 견디고 눈보라를 헤치고 카일라스에 오르는 길은 우리가 살아 온 인생이었습니다. 나는 84세에 무엇을 할까 오래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나답게 나이 듦’을 꿈꾼다. 하지만 노화와 치매 혹은 경제 사정 등으로 인해 자신의 뜻대로 살기가 쉽지 않다. 그중에서도 자신이 살아온 삶의 발자취를 지우개처럼 지워 버리는 치매가 가장 큰 장애물이 아닐까.

어제(21일)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 알츠하이머협회가 지정한 ‘치매 극복의 날’이었다. ‘나답게 나이 듦’을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선생은 4년 전 인터뷰에서 “흔히 70대는 해마다, 80대는 달마다, 90대는 날마다 늙어 간다고 한다”면서 “오래 살기 위해서는 건강, 경제적 능력, 친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간 평균수명 100세에 육박하는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자신만의 소박한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하나하나 이뤄 보며 ‘나답게 나이 듦’을 실행해 보면 좋을 듯싶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