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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땀방울로 지은 10평 생태건물 뿌듯합니다”
[담양 빛담예술학교 학생 5명과 목조건물 지은 청소년삶디자인센터 고영준 씨]
설계부터 완공까지 전 과정 합심 2년 작업 끝 지난 6월 준공 인가
나무·천연 석회 등 자연재료만 활용…위기마다 ‘할 수 있다’ 서로 격려
2020년 08월 05일(수) 04:00
목수 고영준씨가 학생들과 함께 지은 건축물 앞에 서 있다.
충장로 청소년삶디자인센터(이하 삶디, 옛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마당에 눈에 띄는 건물이 들어섰다. 10평 남짓 아담한 공간에 뾰족한 지붕과 폴딩도어로 멋을 낸, 작은 미술관처럼 보이는 건물이다.

이 건물은 삶디 생활목공방 목수 고영준(38·별명 ‘보쳉’)씨와 담양 빛담예술학교 학생 5명(노형두·전지현·서정우·조은비·이윤용)이 만들었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완공까지 무려 2년 동안 땀을 흘린 끝에 지난 6월 건물 준공 인가를 받아냈다.

이들은 지난 2018년 3월부터 작업을 시작해 매주 금요일마다 현장에서 일했다.

고씨는 “나를 포함해 학생들도 ‘할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만으로 덤빈 일이었는데, 2년이나 걸려 완공할 수 있었다”며 “힘들기도 했지만, 서로 힘을 합쳐 완성할 수 있었다.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건축은 ‘제로 에너지 잡스쿨 생태건축학교 프로젝트’ 사업으로 진행됐다. 생태건축은 자연 재료를 활용해 탄소 배출을 줄여 환경에 도움을 주는 건축을 뜻하며, 이에 따라 나무, 천연 석회 등 재료로 건물을 지었다.

건축 사업비는 행정안전부로부터 3억원, 광주시로부터 5000만원을 받아 진행했다. 학생진로 설계와 연계된 아이디어가 채택된 덕분에 사업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고씨와 학생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자기 힘으로 건물을 세우길 바랐다. 2018년 3월 목공 기초를 배우는 것부터 시작한 이유다.

고씨는 “복잡한 건축 이론을 단기간에 배우기가 굉장히 어려웠다”면서도 “기초도 모르고 건축을 했다가는, 전문가가 시키는 대로만 만들게 될 것 같았다. 스스로 생각하며 ‘우리만의 건물’을 짓고 싶었다”고 말했다.

생태건축을 배우기 위해 서울 비전화공방, 크리킨디센터 등 탐방도 떠났다. 같은 해 7월에는 설계도를 그려 보고, 미니어처 모형을 만들며 이론을 검증했다.

본격적인 건축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힘든 일이었죠. 원목을 재단해 못을 박았다가도, 치수가 안 맞아 다시 뜯어내고, 책을 보며 설계도를 수정하고…. 매일같이 ‘우리가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학생들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다. 나무 하나 옮기고, 못 하나 박는게 이렇게 지치는 일인 줄 몰랐다’며 힘들어했어요.”

그럼에도 꾸준히 건축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책임감’ 때문이었다. 고씨는 “‘이것만큼은 해내야 한다’는 암묵적인 약속이 마음 속에 생겨났다. 여기서 포기하면 다른 일에서도 똑같이 실패할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아쉽게도 기술이 부족해 목표로 잡았던 생태건축을 온전히 실현하진 못했으며 설계가 어설펐던 탓에 창문 높이도 미묘하게 다르지만, 학생들은 자기 손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새 집을 완공했다. 이 건물은 삶디 요리 공방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식당’의 요리 실습장으로 쓰일 예정이다.

고씨는 “함께했던 학생들이 수능 준비, 어학연수 등으로 모두 바빠 완공식을 제대로 열지 못해 아쉽다”며 “학생들과 함께 일하면서 환경, 건축, 목공 등 새롭게 많은 것을 배웠다. 여건이 된다면 앞으로도 청소년과 함께 건축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