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원팀’으로 받아준 고향 바다서 ‘인생 2막’”
2025 전라남도 우수 귀어인 <1>영광 구수·대신어촌계 이경모씨
‘회색숲’ 속 직장생활 접고 지난해 귀향…산림·바다 오가며 ‘투잡’
‘전국 우수 어촌계’ 선정 성과…대신항 정비로 관광객 맞이 준비
‘회색숲’ 속 직장생활 접고 지난해 귀향…산림·바다 오가며 ‘투잡’
‘전국 우수 어촌계’ 선정 성과…대신항 정비로 관광객 맞이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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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는 인간관계에 치여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았습니다. 하지만 고향의 바다는 저를 이방인이 아닌 ‘원팀(One Team)’의 일원으로 따뜻하게 받아주었습니다.”
지난 15일 광주 동구 ACC 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2025 우수 귀어인’ 시상식. 전남 영광 구수·대신어촌계 이경모(사진·48)씨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전라남도, 전남귀어귀촌센터가 공동 주관한 이날 행사에서 이 씨의 얼굴에는 쑥스러움과 자부심이 함께 묻어났다. 화려한 조명 아래 선 그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광주의 회색빛 건물 숲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이 씨는 광주 지역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회용품을 생산하는 일을 하며 10년을 보냈다. 기계가 쉼 없이 돌아가는 공장에서 그는 점점 소모돼 갔다.
그는 “기계 소음보다 더 힘들었던 건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였다”며 “사람을 대하는 것조차 두려워질 즈음, 우연히 구수·대신어촌계 장문석 사무장의 제안을 받고 바다로 눈길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영광 군서면이 고향인 이 씨의 귀어는 엄밀히 말하면 귀향에 가깝다. 영광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광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는 컴퓨터 수리기사로 10년, 제조업 생산직으로 다시 10년을 쉼 없이 일했다. 성실함 하나만은 자부했지만 회사의 경영난과 조직 내 갈등은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결국 2022년 퇴사한 그는 긴 방황 끝에 지난해 12월, 짐을 싸 들고 고향 영광으로 돌아왔다.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찾은 고향은 넉넉한 품을 내줬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당장의 생계를 위해 그는 영광군 산림공원과 산림자원조사단에서 일하며 숲과 바다를 오가는 ‘투잡’ 생활을 선택했다. 그의 하루는 숲에서 시작해 바다에서 끝났다. 낮에는 산림 자원을 조사하고, 쉬는 날이면 갯벌로 나가 바닥을 뒤집는 고된 ‘바다 갈이’ 작업에 매달렸다.
종패 방류 행사 등 마을의 크고 작은 일에도 빠짐없이 참여하며 어촌의 삶을 몸으로 배웠다. 이 같은 진심은 결국 마을에 전해졌다. 낯선 외지인이 아닌 마을의 한 구성원으로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씨는 구수·대신어촌계 주민들과 힘을 모아 지난해 ‘전국 우수 어촌계’ 선정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부상으로 받은 상금 1억 원은 공동 어선 건조와 버려지는 병뚜껑을 재활용하는 장비 도입 등 마을 수익 사업에 사용됐다.
“예전에는 얼굴에 그늘이 져 있어 힘들어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다들 낯빛이 좋아졌다고 말해요. 마을 사람들과 하나가 돼 무언가를 함께 이뤄가는 성취감이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해주는 것 같아요.”
현재 구수·대신어촌계는 ‘어촌뉴딜 300사업’을 통해 대신항 정비와 커뮤니티센터, 횟집 건립 등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마을 법인의 실무를 책임지는 ‘살림꾼’으로서 어촌의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도시에서의 실패를 딛고 선 그는 이제 어촌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하는 주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씨는 “대신항이 완공되면 관광객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따뜻한 인심에 반해 다시 찾는 마을로 만들고 싶다”며 “저를 품어준 마을 어르신들의 은혜에 보답하며 활기 넘치는 어촌의 미래를 여는 조력자로 제2의 인생 항해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지난 15일 광주 동구 ACC 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2025 우수 귀어인’ 시상식. 전남 영광 구수·대신어촌계 이경모(사진·48)씨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기계 소음보다 더 힘들었던 건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였다”며 “사람을 대하는 것조차 두려워질 즈음, 우연히 구수·대신어촌계 장문석 사무장의 제안을 받고 바다로 눈길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찾은 고향은 넉넉한 품을 내줬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당장의 생계를 위해 그는 영광군 산림공원과 산림자원조사단에서 일하며 숲과 바다를 오가는 ‘투잡’ 생활을 선택했다. 그의 하루는 숲에서 시작해 바다에서 끝났다. 낮에는 산림 자원을 조사하고, 쉬는 날이면 갯벌로 나가 바닥을 뒤집는 고된 ‘바다 갈이’ 작업에 매달렸다.
종패 방류 행사 등 마을의 크고 작은 일에도 빠짐없이 참여하며 어촌의 삶을 몸으로 배웠다. 이 같은 진심은 결국 마을에 전해졌다. 낯선 외지인이 아닌 마을의 한 구성원으로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씨는 구수·대신어촌계 주민들과 힘을 모아 지난해 ‘전국 우수 어촌계’ 선정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부상으로 받은 상금 1억 원은 공동 어선 건조와 버려지는 병뚜껑을 재활용하는 장비 도입 등 마을 수익 사업에 사용됐다.
“예전에는 얼굴에 그늘이 져 있어 힘들어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다들 낯빛이 좋아졌다고 말해요. 마을 사람들과 하나가 돼 무언가를 함께 이뤄가는 성취감이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해주는 것 같아요.”
현재 구수·대신어촌계는 ‘어촌뉴딜 300사업’을 통해 대신항 정비와 커뮤니티센터, 횟집 건립 등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마을 법인의 실무를 책임지는 ‘살림꾼’으로서 어촌의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도시에서의 실패를 딛고 선 그는 이제 어촌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하는 주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씨는 “대신항이 완공되면 관광객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따뜻한 인심에 반해 다시 찾는 마을로 만들고 싶다”며 “저를 품어준 마을 어르신들의 은혜에 보답하며 활기 넘치는 어촌의 미래를 여는 조력자로 제2의 인생 항해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