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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 수국, 광주의 아픔 어루만져 주는 ‘5월의 꽃’
2020년 06월 18일(목) 00:00
이강하 작 ‘기다림’
수국이 만발한 꽃밭 앞에 한 소녀가 앉아있다. 수국도 예쁘고 소녀의 모습도 너무 귀여워 자세히 보고 싶어 가까이 다가가 본다. 행복한 한 때의 애틋한 모습을 간직하고 싶었던 화가아빠의 사랑이 느껴진다.

현재 이강하미술관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특별전인 ‘푸른 상처, 별의 공전’에 전시중인 이강하작가(1953~2008)의 작품 ‘기다림’(1987년 작)을 처음 본 순간, 어린 딸아이의 예쁜 모습을 포착해 그렸을 거라고 지레 짐작했다. 때 마침, 요즘엔 어디서나 자주 만나게 되는 수국이 반갑고 그림 속 딸아이도 아는 얼굴이라 더 친근하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이런 감상과는 달리, 이강하작가는 단순히 어린 딸의 초상으로 그린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오월의 아픈 시기를 보냈던 광주사람들은 5월 중순부터 6월까지 흐드러지게 피는 수국을 보면서도 광주의 아린 오월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심정을 담았던 것이다.

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했었던 이강하작가는 생전에 ‘민중미술작가’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았고, 작품도 민미술계열의 사실주의 리얼리즘 표현방식이 아니라 은유적이고 서정적으로 표현해왔다. 이 작품 역시 어린 아이가 두 손을 얼굴에 괴고 똘망똘망한 표정으로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모습을 통해 더 나은 미래, 자유와 평화 한 발 더 나아가 통일을 기다리고 있는 이미지를 상징화했던 것이다.

이강하미술관의 이선 학예사는 “작가가 무등산에 비단길을 깔아서 금강산과 백두산까지 잇는 이미지로 통일을 염원했던 것처럼 5월이면 또 다시 겪어내야 하는 마음의 멍을 수국으로 기억하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꽃 한송이만으로도 그 어떤 화려한 꽃다발을 능가할 만큼 수북하고 시원스런 수국이 오늘은 색다른 의미로 마음에 머문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