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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 상상의 박물관 포스트코로나 시대 미술관·박물관 운명은?
2020년 04월 23일(목) 00:00
다비트 테니르스2세 작 ‘브뤼셀 …’
“만약 일본 열도가 침몰할 때 단 하나만 가지고 간다면 주저하지 않고 백제관음상을 선택 하겠다”

일본 나라현의 법륭사에 보관돼 있는 백제관음상을 동양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이라 경탄했던 프랑스의 지성 앙드레 말로(1901~1976)는 일찍이 인류가 남긴 방대한 예술작품을 간직해 온 박물관에 크게 주목했다. 실제 박물관에 들어올 수 있는 예술작품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데 사진 복제기술의 발달로 도록이라는 인쇄물을 통해 박물관에서보다 더 많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앙드레 말로는 ‘상상의 박물관’이라는 열린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지금은 한 발 더 나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대다수 미술관들이 온라인으로 전시 관람을 유도하는 등 ‘가상의 미술관’이 대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잠시 문을 닫은 미술관들의 대안인 온라인 미술관은 선명한 화질과 내 손 안의 감상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어쩐지 아쉽다. 미술관에서 화가가 방금 붓을 뗀 것 같은 생생함에 숨 막힐 듯 했던 현장의 감동과 전율은 맛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앙드레 말로의 저서이기도 한 ‘상상의 박물관’의 표지화인 다비트 테니르스2세(1610~1690)의 ‘브뤼셀 회화관의 레오폴트 빌헬름 대공’(1647년 경)은 빌헬름 대공이 수집한 그림들을 모아놓은 개인 갤러리를 그린 그림이다. 당시 바로크 시대 유럽의 쟁쟁한 화가들의 걸작들이 갤러리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그 시절엔 개인의 컬렉션을 한 권의 도록에 집대성하거나 아카이브로서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이 없어 그림 속에 그림을 그려 넣었을 것이다.

개인의 회화 갤러리에서 박물관, 도록, 온라인 전시 등 이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전시형태까지 등장한 시점이다. 향후 어떻게 펼쳐질지 예측할 수 없는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직면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시련을 딛고 인류의 지혜가 열어갈 새로운 길 앞에 서 있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