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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녹내장 환자 생활
2020년 04월 16일(목) 00:00
[조 형 진 보라안과병원 원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요즘 상황을 대변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꽃구경도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로 즐겨야 하는 현 상황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연장되면서 자연스레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나 역시도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다 같이 앉아 TV를 보는 시간도 많아졌는데,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프로그램 중 병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 내고 있고, 웃음 코드도 곳곳에 있고, 잔잔한 감동도 있다. 치열했던 인턴과 레지던트 시절이 생각나면서 추억에 젖기도 한다. 내 나름의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각설하고, 나는 진료실에서 녹내장 환자들을 주로 진료하고 있다. 많은 안과 질환이 그러하듯, 이 질환 역시 초기에는 발병 여부를 발견하기 어렵고, 시야가 좁아져 병원을 방문했을 때에는 이미 녹내장이 상당히 진행돼 있는 경우가 많다. 황반 변성, 당뇨 망막증과 함께 실명을 일으키는 3대 질환 중 하나인 녹내장. 발병하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녹내장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녹내장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시신경이 약해지면서 점점 시야가 좁아지다가 결국 실명에 이르는 병이다. 시신경이 손상되는 이유는 안압이 상승해 시신경을 눌러 손상되는 것과 시신경 혈류 장애가 생겨 손상이 진행되는 것 두 가지 기전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밖에 녹내장 가족력이 있고 평소 안압이 높거나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및 근시를 가진 사람, 과거 눈에 외상을 입었거나 스테로이드 점안약을 장기간 투여한 경우, 노화가 진행될수록 40세 이후 발생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목해야 할 사항으로는 안압이 정상이라고 하더라도 혈류 이상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시신경이 손상을 받기 때문에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정상 안압은 10~21mmHg으로, 안압이 정상인데도 시신경 장애가 나타나는가 하면 높은 안압인데도 시신경에 별 변화가 없는 경우도 있다. 사람마다 시신경이 견딜 수 있는 안압이 다르기 때문이다.

녹내장 환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 녹내장의 기본 치료 원칙은 ‘안압을 녹내장이 더 진행되지 않는 정도로 충분히 낮춰주는 것’이다. 안압을 낮춰주는 방법은 약, 레이저, 수술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안약이 가장 효과적이다. 녹내장 안약을 사용해 안압을 충분히 낮게 유지하고, 부가적으로 혈액 순환을 좋게 해주는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항산화 효과가 있는 음식을 챙겨서 드시는 것을 권유 드린다. 어두운 곳에서 너무 오랜 시간 있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고, 관악기나 풍선 같은 것을 많이 부는 것은 안압 상승 위험을 높일 수 있고 너무 꼭 목이 끼는 옷이나 넥타이도 좋지 않고 복장은 되도록 목 부분이 편한 것이 좋다. 담배는 꼭 중단하고, 술도 줄여야 한다.

녹내장은 완치될 수 없고 평생 약물, 레이저 치료, 수술 등의 방법으로 안압을 조절해 시신경의 장애를 최소화해야 한다. 따라서 지속적인 추적 관찰과 적절한 치료만이 남아 있는 시야와 시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길이며 잘 조절된다면 아무런 문제 없이 정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녹내장의 경과는 시신경과 시야의 결손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시신경이 지속적으로 손상되지 않는다면 안압이 설령 높다고 하더라도 녹내장은 어느 정도 조절되었다고 할 수 있다. 조기에 발견되면 조절은 더 용이하다. 시신경의 손상이 생기기 전 녹내장을 발견했다면, 시신경의 손상을 아주 더디게 해 살아가는 동안 큰 이상 없이 지낼 수도 있다. 일단 손상된 시신경은 재생이 불가능하므로 좁아진 시야와 나빠진 시력은 회복이 어렵다.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더라도 40세 이후에는 1년에 두 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안과를 찾아 진료받는 것이 ‘슬기로운’ 방법이다. 녹내장 발견 당시의 시력과 시야를 현상 유지하는 방법이 최선의 치료이므로 녹내장의 조기 발견 및 조기 치료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