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는 생명 그 자체다.’ 이 말이 현대 의학에서 실제적인 치료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바로 ‘고압 산소치료’가 그 주인공이다. 고압 산소치료는 밀폐된 공간에서 일정한 압력을 유지한 상태로 100% 순수한 산소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일반적인 대기압의 2~3배에 달하는 압력 환경에서 호흡하면 산소가 혈액 내 혈장에 직접 녹아들어 일반 산소 흡입으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깊은 조직까지 효율적으로 전달된다.

초기에는 주로 잠수병이나 일산화탄소 중독과 같이 긴급하고 특수한 상황에서 사용됐으나 최근 들어 당뇨병성 족부궤양, 방사선 치료 후 조직 괴사, 심각한 화상과 난치성 상처 등 그 활용 범위가 크게 확대되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도 특정 질환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할 정도로 그 효능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치료법이며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치료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어 널리 시행 중이다.

고압 산소치료가 주목받는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는 조직 치유 능력 때문이다. 산소는 세포 재생과 염증 억제, 면역력 강화에 필수적이다. 손상된 조직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면 상처 회복이 빨라지고 감염에 대한 저항력도 높아진다. 특히 수술 후 회복이 더딘 환자, 고령자,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에게 고압 산소치료는 회복 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돌발성 난청 환자에게도 고압 산소치료가 의미 있는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돌발성 난청은 갑자기 나타나는 청력 저하로, 발병 후 72시간 이내 신속한 치료가 중요하다. 고압 산소치료는 내이의 미세 혈류 개선과 청신경 부종 감소 효과가 있어 청력 회복 가능성을 높여준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또한 이 치료를 권장 보조치료로 인정하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감염 이후 지속되는 피로감, 두통, 집중력 저하 등 ‘롱코비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사이에서도 고압 산소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이 치료 후 증상 개선을 경험한 사례들이 다수 보고되고 있다. 물론 이 치료는 단독 요법이 아닌 수술, 약물치료, 재활치료와 함께 종합적으로 접근할 때 더욱 효과적이다.

고압 산소치료는 고가의 장비와 전문적인 시설 기준을 필요로 해 모든 의료기관에서 쉽게 제공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치료의 필요성과 유효성이 의료 현장에서 점점 널리 인식되고 장비가 소형화 되면서 더 많은 병원과 클리닉들이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추세다.

고압 산소치료는 단순한 산소 흡입이 아니다. 이는 산소를 약처럼 활용하여 생명을 살리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과학적 치료다. 의료기술 발전과 더불어 앞으로 고압 산소치료가 더욱 보편화되어 더 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